[가톨릭 신자로서 알아야 하는 미사] 58. 미사 해설 – 성찬 전례 (22) 영성체 예식 – 주님의 기도 (1) 가톨릭 신자들에게 가장 기본이면서 많이 봉헌하는 기도, 바로 주님의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모르시는 분들은 없으실 것입니다. 지난 편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주님의 기도는 주님께서 친히 알려주신 기도입니다. 초대 교회에서는 주님의 기도를 보물로 간주하고 있고, 특히 디다케(Didache)에서는 하루에 세 번 주님의 기도를 바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미사 중에 공식적으로 바치기 시작한 것은 4세기부터였습니다. 그리하여 세례식과 같은 중요한 전례 안에서 이 기도를 바치도록 하였습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주님의 기도를 “가장 완전한 기도”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주님의 기도는 우리가 올바르게 바랄 수 있는 것을 청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거룩한 청원을 순서대로 봉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모를 때 이 기도를 마음으로 봉헌한다면, 주님께 바랄 수 있는 가장 합당한 영적 자세를 취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청해야 할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줄 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정서까지도 형성시켜 준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영성체를 하기에 앞서 우리가 이 기도를 봉헌해야 할까요? 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0항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감사 기도와 영성체 사이에 바치는 주님의 기도는 한편으로는 성령 청원 기도에 담겨 있는 청원과 전구를 요약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영성체로 미리 맛보게 될 천국 잔칫집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곧, 영성체를 하기 전에 주님의 기도를 봉헌함으로써 거룩하고 합당한 영적 준비를 돕는 것입니다. 한때, 신자들이 손을 잡고 주님의 기도를 봉헌하는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2015년 춘계 정기 총회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정하였습니다. “전례적으로 주님의 기도 때에 손을 잡는 것이 권장 사항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서적인 문제나 위생적인 문제로 손을 잡는 것에 대하여 불편을 호소하는 신자들이 늘고 있다. 그러므로 일선 사목자들이 친교를 이유로 미사 때마다 손을 잡기를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본당의 날이나 큰 축제일에 예외적으로 할 수 있다.” 아울러, 주님의 기도를 할 때 몇몇 신자분께서 사제처럼 손을 벌리고 기도를 하는 경우들을 접하게 되는데, 로마 미사 예규 124항 “사제는 팔을 벌리고 교우들과 함께 기도한다.”는 내용에 따라 사제에게 요구되는 전례적 행동은 “팔벌림”이고, 신자들에게 요구되는 전례적 행동은 “서서 합장하는 것”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도 주님의 기도에 대한 설명이 계속됩니다. [2023년 10월 1일(가해) 연중 제26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사목국 차장)] [가톨릭 신자로서 알아야 하는 미사] 59. 미사 해설 – 성찬 전례 (23) 영성체 예식 – 주님의 기도 (2) 영성체 예식 때 봉헌하는 주님의 기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세례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아버지로 부르는 것 자체에서 자녀다운 신뢰와 믿음을 주님께 고백하고, 하느님 아버지께 대한 감사와 찬미, 흠숭을 올리는 것입니다. 아울러, 이 호칭 안에는 이 미사를 참석하지 않고 있는 공동체원들을 기억하도록, 곧 아버지의 품 안에 머무는 모든 자녀가 분열과 대립을 넘어서 일치과 친교에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곧, 우리의 신원을 재차 확인하고, 그 확인을 통해서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열어주신 그 은총을 기억하자는 의미입니다. 주님의 기도에는 모두 일곱 가지의 청원이 등장합니다. 첫 세 가지 청원은 하느님 아버지에 관한 것이고, 이후 네 가지 청원은 우리에 관한 것입니다. ◇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첫 청원은 우리를 통해서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레위 11,44). 하느님 아버지께서 거룩한 이들이기에 우리는 거룩한 이들입니다. 하느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룩한 이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하는 행위는 거룩함을 전달하는 것이고, 나아가 아버지의 이름을 위해, 그리고 우리 가족을 위해, 우리가 가진 거룩함을 잘 보존하고 거룩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미사에 참석한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남과 동시에 우리의 거룩함을 위해! ◇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루카 17,21). 이 세상에서 이미 시작된 하느님 나라는 우리 가운데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완성되기를 기도하며 이를 위해 함께 모여 찬미, 찬양하며 나아갑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도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미사를 통해 우리에게는 하느님 나라를 맛볼 수 있도록 열립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맛본 하느님 나라를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 공간에서도 기억하고 행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도 주님의 기도에 대한 설명이 계속됩니다. [2023년 10월 8일(가해) 연중 제27주일(군인 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사목국 차장)] [가톨릭 신자로서 알아야 하는 미사] 60. 미사 해설 – 성찬 전례 (24) 영성체 예식 – 주님의 기도 (3) 지난 편에 이어서 영성체 예식 때 봉헌하는 주님의 기도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고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원하십니다.(1티모 2,4)” 아버지의 뜻은 모든 이가 서로 사랑하며 하느님의 사랑 안에 일치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뜻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이루어지기를 청하는 것이 세 번째 청원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미사 역시 이러한 목적을 지닙니다. 어느 한 사람이나 한 공동체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봉헌하는 제사가 아닌 아버지의 뜻이 바로 우리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것입니다. ◇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네 번째 청원은 자녀다운 믿음을 가지고 아버지께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을 청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서 핵심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부분은 “일용할 양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일용할 양식은 우리가 곧 모시게 될 “성체”입니다. 우리에게 성체는 생명의 빵이며, 구원의 빵입니다. 곧 우리가 이 사랑의 잔치에 참여한 이유도 이러한 일용할 양식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단순히 우리의 재산을 늘리는 차원으로의 청원이 아닌 우리의 청원과 함께 생명의 빵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이 미사에서 하느님의 자녀들에게만 열려진 은총이기도 합니다. ◇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다섯 번째 청원은 우리가 지은 죄를 용서해주시기를 청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먼저 주님을 통해서 우리의 죄를 용서받습니다. 그리고 이 용서는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이러한 자비의 은총에 힘입어 우리는 잘못한 이웃을 하느님처럼 용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늘 자비이신 아버지의 품 안에 머무는 이들입니다. 늘 아버지의 사랑과 자비, 은총을 입고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그렇기에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마태 10,8)’는 말씀처럼 우리가 받은 용서의 은총을 우리 역시 다른 이들에게 열어주는 것입니다. ◇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여섯 번째 청원과 일곱 번째 청원은 악과 유혹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십사 청하는 것입니다.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기도의 힘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기도를 통해 늘 그 힘을 얻습니다. 나아가 악에 빠지지 않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 또한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청원은 하느님의 자녀로서 마땅히 주님께 올릴 수 있는 기도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아버지께 온전히 의탁할 때 자연스럽게 고백되어 질 수 있는 기도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어지는 사제의 기도와 신자들의 응답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2023년 10월 15일(가해) 연중 제28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사목국 차장)] [가톨릭 신자로서 알아야 하는 미사] 61. 미사 해설 – 성찬 전례 (25) 영성체 예식 – 주님의 기도 (4) 125. 사제는 팔을 벌린 채 혼자서 계속하여 기도한다. ✚ 주님, 저희를 모든 악에서 구하시고 한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주님의 자비로 저희를 언제나 죄에서 구원하시고 모든 시련에서 보호하시어 복된 희망을 품고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게 하소서. 사제는 손을 모은다. 교우들은 아래의 환호로 기도를 끝맺는다. ◎ 주님께 나라와 권능과 영광이 영원히 있나이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 주십사고 빕니다”(요한 17,15). 평소 우리가 일상에서 봉헌하는 주님의 기도는 “아멘”이라고 응답하며 기도를 맺습니다. 그러나 미사 안에 봉헌되는 주님의 기도는 “아멘”이 생략됩니다. 그래서 몇몇 신자분께서는 아멘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멘”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주님의 기도를 마저 봉헌하고 아멘 대신에 응답 영광송으로 마칩니다. 주님의 기도 이후 사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다시 청합니다. <주님, 악에서 구하여주시고, 평화롭게 하소서. 죄에서 구원하시고, 시련에서 보호하시며, 희망을 품으며 주님을 기다리게 하소서.>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적지 않은 시련과 혼란, 두려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인지 희망보단 절망을 바라보게 되고, 빛의 자녀임에도 불구하고 어둠 속에 머물기도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공감하는 교회는 사제의 후속기도를 통해 다시금 간구합니다. 사제의 후속기도를 묵상하면 아시겠지만, 주님의 기도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입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더 구체적이면서도 직접적인 청원이 동반됩니다. 그래서 이 기도를 주님의 기도와 연결되어 있는 기도, 곧 ‘주님의 기도 부속기도’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의미를 의식한다면, 이 후속기도는 주님의 기도와 상관없는 기도가 아닌 주님의 기도를 구체화시키는 촉진제 역할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주님의 기도 후속기도 이후 신자들은 응답 영광송으로 주님의 기도를 맺습니다. 모든 기도에서 영광송으로 기도를 마친다는 점은 장엄한 예식이라는 의미와 동시에, 이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봉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어지는 평화 예식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2023년 11월 5일(가해) 연중 제31주일 대전주보 4면, 윤진우 세례자요한 신부(사목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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