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교회] 미사를 드릴 때 ‘침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례에서 일어나는 일은 초자연적인 구원입니다. 그래서 성령의 은총에 의탁합니다. 성령의 음성에 영혼의 귀를 기울이기 위해 먼저 인간의 소리를 멈추는데, 이것을 ‘거룩한 침묵’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소리 없이 빈 상태가 아니라 성령의 이끄심으로 가득한 거룩한 순간이며, 전례 거행의 바탕입니다.(성무일도 총지침 202항) 무엇보다도 미사 직전에는, 신자들이 침묵 속에 머무르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때 신자들은 ‘개인기도’로 자신의 일상을 공동체 전례에 연결하며 성령께 귀 기울이는 내적자세를 갖춥니다. 이를 위해 ‘전례 거행에 앞서 성당이나 제기실, 제의실이나 그 주위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45항)합니다. 파견 예식으로 미사가 끝난 다음에도, 신자들이 침묵 속에서 ‘개인기도’를 바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 침묵은 신자들이 개인기도를 드리면서, 공동체 기도에서 받은 은총을 개인 일상으로 연결하는 첫 순간입니다. 이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동체 전례와 신자 개인 일상이 단절되어 ‘전례 따로 생활 따로’의 상태가 되기 쉽습니다. 본당에서 미사 전후로 바치는 여러 기도 때문에, 충분한 침묵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함께 바치는 이런 기도는 말씀 전례의 마지막 순간 곧 성찬 전례 직전에 바치는 것이 알맞습니다. 이때 신자들은 선포된 말씀을 경청하여 마음에 모시고 말씀이신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온 세상 구원을 위해 대사제의 기도를 바치기 때문입니다. 여러 기도를 보편 지향 기도의 마무리 기도 앞에 삽입할 수 있고, 보편 지향 기도가 없더라도 성찬 전례 직전에 바치면 제격입니다. [2023년 4월 30일 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가톨릭부산 3면, 전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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