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0-24 조회수3,432 추천수10 반대(0)

 

연수원에 함께 있는 신부님들과 마라도엘 다녀왔습니다. 마라도에는 짜장면집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성당이 있었습니다. 성당은 저와 서품 동기인 민성기 신부님의 노력과 땀으로 마라도에 세워질 수 있었습니다. 지금 신부님은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지만 신부님 노력의 결실인 성당은 마라도를 찾는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기도하고 싶은 사람에게 하느님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고 있습니다. 저도 잠시 성당에 머물면서 기도하였습니다.

 

민성기 신부님은 이런 글을 남겨 주었습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끝도 돌아서면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합니다. 마라도는 우리 땅 끝이 아니라 우리 땅의 시작입니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렇게 마라도는 시작입니다. 그렇습니다. 마라도에 서면 희망이 보입니다.” 제게 마라도는 저의 삶을 잠시 돌아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자석과 종이와 쇳가루로 해봤던 실험이 있습니다. 종이 위에다 쇳가루를 뿌리면 가루는 제멋대로 흩어집니다. 그러나 종이 아래에 자석을 갖다 대면 뿌려진 쇳가루들은 보이지 않는 자기장의 형태를 반영하는 무늬를 이루며 재배열됩니다. 여러 번 반복해도 매번 같은 현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기장이 없다고 생각하면 쇳가루들이 스스로 움직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쇳가루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눈에 보이는 것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과 원리가 있을 것입니다.

 

초대교회는 강생하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구원하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고,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면 구원받을 수 있다는 신앙이었습니다. 우리의 힘과 능력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신적인 존재인 예수그리스도의 사랑과 자비에 의해서 구원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초대교회의 신학은 플라톤의 영향을 받았고, 플라톤은 현실의 세계와 이상의 세계를 구분하였습니다. 현실의 세계는 지나가는 것이고, 우리는 영원한 세상을 향해서 나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이고, 영원한 생명입니다.

 

중세시대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보속으로 인한 구원을 이야기 합니다. 강생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바로 우리의 죄를 사하기 위해서 희생하셨고, 우리가 져야할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셨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의 구원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희생으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중세교회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구체적인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관념의 세계를 따르기 보다는 지금여기에서 이루어지는 생생한 삶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희생과 십자가 없이는 우리의 구원도 없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하느님을 위해서라면 부유함보다 가난함을 택할 수도 있고,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대교회는 연대와 소통의 구원을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죄를 사함 받았습니다. 또 우리가 죄를 범한다면 고백성사를 통해서 용서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지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것입니다. 교회는 하느님 백성들의 공동체라고 이야기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교회, 민족, 사상의 벽을 넘어서는 분이심을 고백합니다. 자연과 생명과 연대를 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테이야르드 샤르댕, 메튜 폭스, 토마스 베리, 토마스 쿤과 같은 분들은 이제 새로운 시대의 구원자이신 예수님을 말하고 있습니다. 지구라는 작은 별을 넘어서 우주적인 그리스도를 말하는 것입니다.

 

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물이 주인을 만나니 얼굴이 붉어지도다.’라는 아름다운 시를 남겨 주었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주신 기적을 표현한 것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마음에 들어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의 삶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시대와 문화가 예수 그리스도를 표현했던 것처럼, 오늘의 나의 삶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구원자로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등불을 들고 예수님을 맞이하는 것입니다. 고인이 되신 민성기 요셉 신부님께 감사드리며 천상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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