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무병장수(無病長壽)하기를 바랍니다.
젊게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어한다는 뜻입니다.
언젠가 미사 중 신자들에게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천국에 가고 싶으신 분들 손들어보세요.”
모두가 웃는 얼굴로 손을 번쩍 듭니다.
다시 질문합니다.
“그러면 지금 가고 싶으신 분들 손들어주세요.”
모두 웃기만 하고 아무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는 이승이 낫다’는 속담을 재차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죽고 싶지는 않다는 이야기이지요.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우리 모두의 마음입니다.

이틀 전 성체를 모시고 난 후, 잠시 묵상하는 동안 엉뚱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만약 우리가 물리적인 사고를 피할 수 있고, 또 늙지도 병들지도 않는 몸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삶과 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즉, 모든 사람이 죽지 않을 수 있는 몸을 갖게 되면 어떻게 되겠냐는 질문이지요.
그토록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무병장수를 이루게 되었으니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과연 그럴까요?
모르기는 해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가지 상상이 가능하겠지만, 그 중 제일 비극적인 상상은 세상이 완전히 욕망덩어리로 변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삶 속에서도 손을 놓기 그리도 힘든 욕망인데,

죽음이 전제되지 않을 수도 있는 삶이 각자에게 갖게 할 욕망의 깊이가 오죽하겠습니까?
제어력을 잃은 욕망, 멈춤이 없는 이기심은 정말로 상상하기조차 싫은 비극적인 세상을 만들 확률이 너무도 높습니다.

어쩌면 그나마 우리가 욕망과 싸워 선한 삶을 살고자 하는 동기나 이유는 우리의 유한성에서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불완전한 모습이 완전하신 하느님을 바라보게 하듯이, 죽음이 있기에 우리가 삶을 뒤돌아볼 수 있고,

용서를 청할 수 있는 은총이 허락되는 것이 아닐까요?

좁은 문으로 들어가도록 힘쓰라 하셨습니다.
욕망과 이기심 그리고 끊임없는 유혹, 이 모든 것들 안에서 복음적 가치를 실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기에 좁은 문이 되는 것이고, 그 좁은 문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욕망과 이기심과 유혹이 원하지 않는 문, 그 문이 바로 좁은 문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좁은 문이란 어려운 문이라는 뜻입니다.
이 어려운 문을 들어가고자 하는 삶은 삶의 한계를 바라볼 줄 알고 인정할 때 허락되는 삶입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는 세상을 희망하는 삶이 결국 신앙인의 길입니다.
더러운 욕망이 아닌 참된 사랑으로 이루어진 생명의 나라가 하느님의 나라임을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그 나라를 들어가고자 하는 이는 많지만 들어가는 이는 적다 하십니다.
그만큼 어려운 길이라는 말씀입니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늙음도 죽음도 은총이라는 신앙적 이해가 가능할 때 주어지는 삶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만 합니다.
(2013)

이세사키 가톨릭 천주교회 (김 대열 프란치스코 사베리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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