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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피로 씻긴 이들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1 조회수2,633 추천수5 반대(0) 신고

 

 

 

2018년 나해 모든 성인 대축일



<피로 씻긴 이들>


 

 복음:마태오 5,1-12ㄴ


십자가를 지고 가는 예수


엘 그레코 작, (1600-1605),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6.25동란이 막 끝났을 무렵 시골에 살던 어느 소녀가 가난과 굶주림에 지쳐 도시로 뛰쳐나왔습니다. 그는 도시를 전전하다가 어느 흑인 병사와 사귀었습니다. 나중에 미군들이 떠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자라면서 동네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너의 아버지는 깜둥이래, 깜둥아! 깜둥아!....”

 

아이는 생각다 못해 우물가로 달려갔습니다. 물로 아무리 씻어도 변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아이를 보았을 때 아이는 유리조각으로 검은 팔을 깎아내면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한없이 울었습니다.

 

 

살을 유리로 깎아낸다고 살의 색이 하얗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아이의 그 피 흘림으로 과거를 뉘우치고 새로 태어났을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그 어머니의 피눈물로 아이는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자신의 피부색을 잘 받아들이는 아이로 새로 태어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새로 태어나게 만드는 것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나 때문에 흘려진 입니다. 성인으로 새로 태어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모든 성인 대축일입니다. 성인들은 하늘에서 별처럼 빛납니다. 오늘 독서에서 하늘나라에서 흰 두루마기를 입은 이들을 요한이 보게 되는데 천사의 설명을 빌리자면 그들은 이런 사람들입니다.

저 사람들은 큰 환난을 겪어 낸 사람들이다. 저들은 어린양의 피로 자기들의 긴 겉옷을 깨끗이 빨아 희게 하였다.”

 

피로 자기 옷을 빨아 희게 된 사람들이란 그리스도의 피로 씻긴 성인들이란 뜻입니다. 그렇다면 피는 무엇을 씻을까요? 우리 죄를 씻습니다. 죄는 피로만 씻깁니다. 피가 자신의 심장에 떨어지면 자아가 죽고 겸손한 성인으로 새로 태어납니다. 이것이 성인이 되는 길입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오이디푸스는 본래 왕자였는데 신은 임금에게 장차 얻게 될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것이다.”라는 예언을 남깁니다. 그래서 임금은 아기인 오이디푸스를 버리지만 아들은 극적으로 살아납니다. 그리고 잘 성장하여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아버지를 죽인 다음, 과부가 된 어머니와 결혼합니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아버지이고 자신이 결혼한 사람이 어머니인 것을 모릅니다.

 

그때 그 나라에 심한 역병이 돌았고 선왕의 죽음과 그 역병이 관련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집니다. 그러자 오이디푸스는 살인자를 찾아 철저하게 죄를 묻겠다고 선언합니다. 그리고 조사를 한 결과 선왕을 살해한 범인이 자신임을 알게 됩니다. 이에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가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스스로 제 눈을 찔러 장님이 되어 방랑을 떠난다는 이야기입니다.

 

 

오이디푸스가 가장 눈이 멀었을 때는 자신이 옳다고 믿을 때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겸손해 질 때는 자신이 죽인 사람이 아버지임을 알고 나라의 모든 문제가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알았을 때입니다. 그리고 그는 더 이상 자신의 눈을 믿지 않고 빼어버립니다. 이런 회개는 선왕이 피를 흘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이것이 피가 주는 변화입니다. 피가 우리 위로 떨어지면 자신이 죽습니다. 이것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우리 두루마기를 빨아 희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의 죄 때문에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셨음을 아는 이들은 더 이상 자신을 믿지 않고 죄를 지으려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깨끗함이고 정화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된 이들이 성인입니다.

 

 

나의 죗값이 그리스도의 죽음임을 믿으면 나의 죄는 씻깁니다. 어떤 사람도 죄를 지을 때마다 자녀의 팔을 자른다거나 부모의 눈을 빼면 죄를 짓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죽음으로 죄가 사해진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죄로부터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것입니다. 진정 내 죄를 위해 그리스도께서 피를 흘리셨다는 것을 믿는 이들이 순결한 성인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두루마기를 빤 이들은 누구도 심판하지 않습니다. 자신보다 더 큰 죄인은 세상에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의 피가 우리 위에 떨어지면 일어나는 변화입니다.

 

     

 

 

 

 

     

 

 

 

http://www.수원교구영성관.com/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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