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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위령의 날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2 조회수3,297 추천수8 반대(0)

 

수에는 양수와 음수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양수도 끝을 알 수 없으며, 음수도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수에는 유리수와 무리수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유리수도 무리수도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또 수에는 소수와 정수가 있다고 배웠습니다. 소수와 정수도 끝을 알 수가 없습니다. 수는 인류의 역사와 문명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현대의 문명에도 수는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수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신앙인은 살아 있는 세상을 이야기합니다. 살아 있는 세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언제 끝날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신앙인은 죽은 이들의 세상도 이야기합니다. 죽은 이들은 또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믿습니다. 수에는 양수와 음수가 있어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듯이, 산 이와 죽은 이들의 세상이 있다는 믿음은 우리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교회는 11월을 위령 성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이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도록 기도합니다. 우리들 또한 이 세상의 삶을 마치면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오늘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위령의 날입니다. 오늘 지는 태양은 내일 다시 떠오름을 아는 것처럼, 세상을 떠난 이들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으로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질량보존의 법칙이 존재하듯이, 우주에 있는 모든 존재는 우주 밖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형체와 내용은 변하지만 기억과 사랑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이 우주라는 배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위령성월의 감사송에는 이런 글이 있습니다. ‘주님, 믿는 이들에게는 죽음이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삶으로 옮아감이오니,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참으로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이렇게 우리가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렇게 우리가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우리는 희망을 마음에 품고 하느님 품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은 크게 다섯 가지의 반응을 보인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부정입니다. 아직도 할 일이 많고, 젊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를 찾아오는 죽음을 강하게 부정한다고 합니다. 의사가 잘못 진단 한 것이라고 여기며, 자기는 아직 죽을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원망과 분노입니다. 내가 이렇게 아프고, 죽어야 하는 것은 모두 남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원망하고, 친구를 미워하고, 세상을 향해서 분노 하는 것을 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세 번째는 타협입니다. 이제 내가 건강을 회복하기만 하면 좀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을 합니다. 한번만 더 기회를 주신다면 신앙생활도 잘 하고, 이웃들에게 많은 것을 나누겠다고 말을 합니다.

네 번째는 체념입니다. 이제 점점 죽음의 그림자가 짖게 드리워지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을 때 체념 합니다. 아무런 희망 없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입니다. 체념은 사람을 약하게 하고, 삶을 정리할 시간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섯 번째는 순응입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지난날의 삶을 정리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감사하면서 죽음을 받아들입니다. 성인이 되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나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행복하세요.’라는 말씀을 남겨 주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을 남겨 주셨습니다. 죽음을 받아들이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에게는 공평하게 죽음이 찾아올 것입니다. 그러나 그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는 조금씩 다를 것입니다. 시인 천상병은 귀천이라는 시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를 아름답게 표현하였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 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고생을 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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