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3 조회수3,425 추천수8 반대(0)

  

제주도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옵니다. 여행사를 하는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손님들이 있다고 합니다. 큰 소리를 치고, 작은 실수에도 불평을 하고, 원하는 요구사항이 많고, 질서를 잘 지키지 않으며, 정해진 프로그램을 수시로 바꾸려하는 손님들입니다. 어떤 사람들일까요? 많이 배우고, 평소에 대접을 많이 받는 사람들 중에 있다고 합니다. 성직자들 중에도 그런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자동차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면 자동차의 결함보다는 운전자의 과실이 많습니다. 운전자의 안전운전에 대한 교육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자동차는 안전점검을 받은 후에 출고되기 때문입니다.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안전 운전을 하고, 욕심을 부리지 않으면 대부분의 교통사고는 예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의 몸도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하느님의 모상을 닮은 존재로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문제가 생기는 대부분의 원인은 우리 몸의 결함보다는 우리들의 마음이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교만, 욕심, 시기심, 질투, 나태, 탐욕이 우리의 몸을 병들게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의 마음을 이야기하십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사람은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사람은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저의 마음과 삶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지낼 때입니다. 저는 빅터라는 분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였습니다. 친구가 찾아와서 함께 지내다보니 시간이 늦어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빅터에게 양해를 구하고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빅터는 낯선 손님 때문에 당황을 했고, 저에게 분명한 어조로 이야기 했습니다. ‘내가 당신을 존중하니, 당신도 나를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짧은 말이지만 제게는 깊은 울림을 주는 말이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는 부부도 그렇게 하지 못해서 서로 다투고, 헤어지는 아픔을 겪게 됩니다. 우리사회에도 그와 같은 존중과 배려가 없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이 생기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소유하려하기 때문입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서 내려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연은 우리에게 겸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풍요로운 달인 10월도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11월에게 자리를 내 줍니다. 아름다운 색으로 멋을 내던 나뭇잎도 바람이 불면 떨어져 땅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바오로 사도는 배움이 많았고, 열정도 있었고, 종교적인 확신도 있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을 박해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고, 율법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는 다마스쿠스로 가는 길에 예수님을 만났습니다. 배도 버리고, 그물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던 제자들처럼 바오로 사도는 배움도, 열정도, 종교적인 확신도 버리고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가 되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고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가 내 생의 전부입니다. 나는 살아도 그리스도를 위해서 살고, 죽어도 그리스도를 위해서 죽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삶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였습니다.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한 삶이었습니다. 이러한 삶이 가능한 것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오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기 때문입니다.

 

쉽고 편한 길이 있지만 굳이 좁고 힘든 길을 가려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께서도 그런 길을 가셨습니다. 사람들이 왕으로 추대하려 할 때 오히려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였습니다. 죽음이 기다리는 곳, 십자가와 가시관을 가지고 올가미를 씌우려는 이들이 있는 예루살렘을 향해 고난의 길을 걸어가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그토록 험난한 길, 십자가의 길, 죽음의 길을 가셨을까요?

산악인들이 목숨을 걸고 개척한 길은 등산로가 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따라서 험한 산을 안전하게 오를 수 있습니다. 인생은 어쩌면 아무도 가지 않은, 아무도 오르지 않았던 산을 오르는 것과 같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인생의 길에 먼저 가신 이들의 발자국은 위로와 희망이 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꿈을 이룰 수 없어도, 고난이 닥쳐와도, 별을 잡을 수 없어도 오늘 주어진 길을 걸어가라고 하십니다. 그 시작은 겸손입니다. 겸손의 다른 이름은 존중과 배려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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