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4 조회수2,764 추천수12 반대(0)

 

산보를 가면서 신발에 작은 모래가 들어갔습니다. 작은 모래지만 신경이 쓰였고, 결국은 신발을 벗어서 모래를 털어냈습니다. 모래는 털어내야만 산보를 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평온한 마음에도 가끔 작은 모래알처럼 파문이 일 때가 있습니다. 함께 사는 동료가 별 의미 없이 던진 말이 그렇기도 합니다. 연수원을 마치면 해야 할 일이 걱정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나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지 못하는 이웃의 오해가 내 마음에 큰 파도가 되기도 합니다. 신발의 모래는 털어내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만, 마음의 모래알들은 털어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며칠 전 읽은 글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어린 날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 힘이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눈이 내린 교정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씀하였다고 합니다. “저 교정의 끝에는 큰 나무가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 저 나무의 끝을 걸어가 보십시오. 발만 보고 걸어가는 친구는 나무에 똑바로 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나무만 바라보고 걸어가는 친구는 결국 나무에 도착할 것입니다.” 선생님의 이 말씀은 큰 가르침이 되었고, 힘들고 어려울 때 힘과 용기를 주었다고 합니다.

 

저도 어린 날 담임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을 아직도 기억하는 것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년을 마치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는 유능하고 능력이 있는 난 사람이 있습니다. 똑똑하고 많이 아는 든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이웃을 도와주고 사랑하는 된 사람이 되십시오.” 40년이 넘었지만, 선생님의 말씀은 제게는 큰 울림이 되었습니다. 난 사람과 든 사람이 되지는 못하였지만 그래도 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오늘 율법 학자는 예수님께 삶의 지침이 되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율법 학자는 이렇게 질문하였습니다. “모든 계명 가운데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는 이것입니다.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합니다. 둘째는 이것입니다. 이웃을 자신처럼 사랑해야 합니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습니다.” 율법 학자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희생 제물을 바치는 것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하느님께는 더 큰 제물이 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 학자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한 말을 삶을 통해서 실천한다면 하늘나라가 당신에게서 멀리 있지 않을 것입니다.”

 

돌아보면 예수님의 말씀을 말없이 실천하며 참다운 제사를 봉헌하는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하느님 나라에 가까이 있는 것입니다. 침대에서 누워계시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24시간 함께 지내시는 고마운 이웃이 있습니다. 어머니를 위해서 정성 어린 음식을 준비해 주신 이웃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세상에 살지만 이미 천국의 삶을 사는 것 같습니다.

 

월급에서 일정 금액을 후원회비로 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주말에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나누는 분들도 많습니다. 정말입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하느님이 주신 계명을 충실하게 실천하는 이웃들이 있기에 아름다울 수 있는 것입니다.

 

한가정의 아버지가 자신의 어깨에 지워지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목숨을 끊어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우리들의 탐욕이, 우리들의 무관심이, 우리들의 이기심이 지금도 어느 곳에선가 하느님께서 주신 그 소중한 삶의 끈을 끊어버리도록 버려두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가끔 신앙인들 사이에서 가슴 아픈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또 가끔 신앙 공동체에서 서로에 대한 미움의 감정이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신앙인들 사이에, 믿음의 공동체에 불신과 분노의 차가운 벽들이 생기는 것을 봅니다.

 

미사에 참례하면서 같은 성가를 부르고, 같은 하느님을 찬미하면서, 주님의 성체를 받아 영하면서도 옆에 있는 형제자매와 화해하지 못하고 하나 되지 못하고 그래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새처럼 신앙생활이 자유롭지 못한 경우를 보곤 합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것은 양쪽 날개가 조화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한쪽 날개만으로는 남쪽으로의 긴 여행을 도저히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사랑이 부족해도 기다려 주시는 분이십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우리의 사랑이 식어 하느님 아버지를 잠시 외면한다고 해도 끝내 우리를 버리시는 분은 아니십니다. 그러나 우리의 이웃은 우리의 사랑이 부족하면 기다리지 못하곤 합니다. 우리의 사랑이 식어 버리면 그들 역시 사랑이 식어버리곤 합니다.

 

2018년도 이제 2달 남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내가 미워한 이웃을, 나를 미워한 이웃을 용서하고 넓은 마음으로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느님 아버지께 용기와 힘을 청합시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저 십자가로 하느님과 우리를 화해시키셨고, 우리의 이웃과 이웃을 화해시키셨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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