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6 조회수3,343 추천수10 반대(0)

 

서울의 모 본당에서 자매님들이 오셨습니다. 함께 기도하는 레지오 단원들입니다. 제주도로 성지순례를 오면서 제게 미사를 해 줄 수 있는지 연락을 하였습니다. 신앙 안에서 맺어진 인연이고, 처음 보는 분들이지만 기쁜 마음으로 미사를 함께 하였고, 그분들의 여정에 동참하였습니다. 이동 중에 묵주기도, 삼종기도, 저녁기도를 하였습니다. 나이가 많아서 잘 걷지 못하는 분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늦게 오는 분을 기다려주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역대 본당 신부님들의 좋은 모습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기쁘게 받아들였고, 늘 웃음이 가득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해서 즐거웠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면서 이번에 함께 했던 레지오 단원들처럼 서로를 위해 주지 못했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지 못했습니다. 이동 중에 서로를 격려하고,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좋은 점을 찾기보다는 작은 허물을 찾으려 했습니다. 하느님나라는 직책이나 능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느님나라는 언제가 기뻐하고, 항상 감사하며, 늘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줄 것입니다.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사순, 대림에는 신자 분들을 위해서 특별강연을 준비하곤 했습니다. 주님의 수난을 묵상하고,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기 위해서입니다. 주보에 공지도 하고, 미사 끝에 안내를 했습니다. 각 단체의 모임에서 특강이 있음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강연을 잘 준비하지만 늘 걱정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신자 분들이 자리를 채워주는 일입니다. 특히 강의 날이 공휴일과 겹쳐지면 더욱 걱정이 됩니다. 신자 분들이 다른 곳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늘 감사드리는 분들이 있습니다. 평일 미사에 참례하는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특강에 참석하십니다. 언제나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시는 어르신들입니다. 그분들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것들을 모두 경험했지만 하느님의 말씀만이 참된 위로와 기쁨을 준다는 것을 느끼셨기 때문입니다. 꼭 오셨으면 하는 분들이 오지 않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가정에 어려움이 있는 형제님께서 꼭 들었으면 했는데 오지 못하셨습니다. 감사드릴 일이 있는 분이 오셨으면 했는데 못 오시는 것도 보았습니다. 오랜 동안 냉담 하는 분들이 오셔서 들었으면 좋겠는데 그분들은 아직도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새로이 직장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도 들었으면 좋겠는데 바쁜 일들 때문에 오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소중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소중한 일이라고 하십니다.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해야 하고, 하느님의 부르심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중요한 일을 위해서 하느님의 초대에 응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을 하십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는데 나가서 그것을 보아야 하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다른 사람은 내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 보려고 가는 길이오. 부디 양해해 주시오.’ 하였다. 또 다른 사람은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하였다.”

 

강원도 산간에는 얼음이 얼었다고 합니다. 나뭇잎도 다 떨어지는 겨울이 곧 다가옵니다. 자연은 이렇게 시작과 끝이 있음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의 가을이 올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했는가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소중한 일들을 얼마나 많이 했는가를 보시고 판단하실 것입니다. 오늘 하루 감사를 드리고, 소중한 일들을 생각하며, 주님의 뜻에 따라 살아간다면 인생의 가을이 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희망 속에 기뻐하고 환난 중에 인내하며 기도에 전념하십시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십시오. 오만한 생각을 버리고 비천한 이들과 어울리십시오.” 이런 사람들은 언제나 하느님의 잔치에 초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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