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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레아와 라헬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6 조회수2,770 추천수1 반대(0) 신고

레아와 라헬

 

공부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곱이 라헬을 언니 레아보다 더 사랑했잖습니까? 그런데 자식은 언니 레아가 많이 낳았습니다. 언니는 여섯 명, 라헬은 두 명 ... 예전엔 아무 생각 없었는데 지금 보니 사랑할수록 자식이 많이 있지 않겠습니까? 좀 웃기지만요.

 

+ 샬롬(그리스도의 평화) 


성경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주님께서는 레아가 사랑받지 못하는 것을 보시고, 그의 태를 열어 주셨다. 그러나 라헬은 임신하지 못하는 몸이었다." (창세 29,31) 그리고 레아는 첫아들 르우벤을 낳고 나서 "주님께서 나의 괴로움을 보아 주셨구나. 이제는 남편이 나를 사랑해 주겠지." 하면서 그 이름을 르우벤이라 하였다.(창세 29,32)


저는 여기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레아는 처음부터 야곱이 믿는 하느님을 믿은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레아의 아버지 라반은 자기집 수호신을 믿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레아가 야곱이 믿는 하느님을 믿게 되었을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사실 야곱은 레아보다 라헬을 더 사랑했고, 그 사실을 레아도 누구보다 잘 알았고, 남편의 사랑을 충만하게 받지 못하는 서러움이랄까, 외로움이랄까? 아니면 남편의 사랑을 어떻게 하면 더 얻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저는 이러한 모든 것 안에서 야곱이 믿는 하느님을 레아도 믿게 되었을 것일라 짐작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레아는 남편이 믿는 하느님을 믿음으로써 남편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였을 수도 있고, 또는 야곱이 믿는 하느님을 자신도 믿고 의지함으로써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 짐작되었습니다. 그렇게 레아가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을 때에 하느님께서는 레아를 불쌍히 보시고 레아의 태를 열어 주셨을 것이고, 아무튼 그렇게 레아는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며 기도했기에 르우벤을 낳고 나서 "주님께서 나의 괴로움을 보아 주셨구나!"라는 고백을 하기에 이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하느님께서 레아의 태를 열어 주셨기에 레아는 어쩌다 야곱과 잠자리만 해도 임신이 잘 되었지만, 라헬은 늘 야곱과 잠자리에 들었지만 하느님께서 태를 열어 주시지 않았기에 임신이 되지 않았고, 라헬은 야곱의 사랑이 언제나 흘러 넘쳤기에 언니 레아처럼 하느님을 찾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라헬이 하느님을 찾지 않았다는 증거는 르우벤이 캐온 합환채를 가지고, 그러니까 민간 요법을 통해서 임신을 해보려 노력했다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난 뒤에 "하느님께서 라헬을 기억하셨다. 하느님께서는 그의 청을 들어 주셔서 그의 태를 열어 주셨다." (창세 30,22) 그러니까 라헬이 자기 힘과 능력으로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았으나 임신이 안 되자, 제 생각에는 언니에게 물어봤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니 레아는 동생인 라헬에게 하느님께 기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 알려주었을 것이고요. 아니면 남편 야곱이 한 말을 통해서 태를 열어 주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알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요. 


라헬은 자기가 야곱에게 아이를 낳아 주지 못하는 것 때문에, 언니를 시샘하여 야곱에게 말하였다. "나도 아이를 갖게 해 주셔요. 그러지 않으시면 죽어 버리겠어요." 야곱은 라헬에게 화를 내며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소생을 허락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자리에라도 있다는 말이오?"(창세 30,1-2)


아무튼 야곱의 말을 통해서 라헬은 소생을 허락하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알게 되었을 수도 있고, 언니 레아를 통해서 소생을 허락하시는 하느님이 계시다는 걸 알았을 수도 있고, 그렇게 라헬은 하느님을 알게 된 이후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었고, 하느님께서는 라헬의 청을 들어 주셔서 그의 태를 열어 주셨기에 라헬도 드디어 임신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 예전에 묵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떤 면에서 고통은 축복의 통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아가 야곱의 사랑을 충만히 받지 못하는 괴로움과 외로움 ... 그러한 고통 가운데에서 라헬보다도 더 빨리 하느님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라헬은 에브라타 곧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 가에 묻혔지만(창세 35,19 참조), 레아는 아브라함이 히타이트 사람 에프론에게 산 밭에 있는 조상들의 묘지에 묻혔습니다.(창세 49,31 참조) 그러고 보면, 하느님을 많이 사랑하고 야곱을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인 레아가 자녀를 더 많이 낳은 것이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라헬은 야곱의 사랑을 레아보다 더 많이 받았지만, 야곱을 더 많이 사랑한 사람은 레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레아, 라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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