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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스카 로메로를 읽고 ...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08 조회수1,837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스카 로메로 / 군부 독재에 맞서 사랑을 외치다 

 

케빈 클라크 지음 ㅣ 강대인 옮김 / 가톨릭출판사 

 

 

 사실 「오스카 로메로」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로메로 대주교님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애쓰셨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로메로 대주교님과 엘살바도르가 여전히 바라고 있는 평화에 대해서 깊이 볼 수 있는 은총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로메로는 산살바도르의 끔찍한 현장으로 자주 불려 나갔다. 때로는 옛 친구의 시신을 발견해 경악했으며, 그가 존중했던 농민 지도자가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유해로 버려져 있어 이를 거두어들여야 할 때도 있었다. 수많은 시신이 골목과 거리, 쓰레기장에 버려져 있었다. 이에 대해 로메로는 신랄한 어조로 말했다. 

  "시신을 수습하러 다니는 것이 제 성소(聖召)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전적으로 비유적인 발언이 아니었다. 1979년부터 1981년까지 암살단들은 어림잡아 3만 명 이상을 살해했다. 고문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희생자들, 실종자들의 가족을 위로하는 일이 로메로의 일상적인 사목 활동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로메로에게 위로를 받기 위해 여러 날 동안 걸어서 찾아왔다. 로메로는 교구청 복도에서 자신을 기다리다 지친 소작농 여인을 본 뒤, 모든 일을 내려놓고, 실종되거나 살해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로메로의 일정을 챙겨야 할 사람은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211-212쪽)

 

무엇 때문에 이토록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는가? 

 

  "19세기 엘살바도르에서 커피 산업이 군림하자 이탈리아와 영국에서 유럽 이민자들이 몰려들었고, 그 이후 20세기까지 다른 지역의 이주민들도 몰려왔다. 그리고 이주민들은 식민지의 소수 지배자들과 통혼(通婚)하며 동화된 뒤 자신들만의 가문을 만들어 경제적 왕국으로 키워 냈다. 그들은 커피 재배에 가장 좋은 땅을 독차지했으며, 커피를 많은 가치를 지닌 국제 상품으로 만들어 냈다. 그러자 이미 주변으로 밀려난 '라티노들 Ladinos'(외부인이 원주민과 에스파냐인의 혼혈을 가리킬 때 쓰는 말)과 엘살바도르의 토착 농민들은 거의 불모지에 가까운 땅으로쫓겨났다. 에스파냐의 식민지가 되어 여러 세기 동안 억압을 당한 뒤에 그들에게 남겨진 땅이라고는 산비탈밖에 없었다. 엘살바도르 왕족들은 기존의 에스파냐 식민 기지를 확장해 엘살바도르에 새로 이주해 온 부유층이나 권력자들의 후손들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착취와 통제라는 식민지 질서를 간단하게 장악하고, 이를 신흥 커피 산업의 요구에 맞게 바꾸어 나갔다. 그들은 재산을 쌓으면서 빠르게 정치권력을 흡수했다. 정치권력을 손에 쥔 그들은 농촌 노동력을 통제해 해마다 커피를 성공적으로 수확하고 이윤을 많이 남겼다. (중략)


  이러한 사회 구조로 인해 극소수 특권층만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으며, 대다수 엘살바도르인은 극도로 궁핍한 삶을 살았다. 모든 사회적 · 경제적 권력은 '14대 가문Catorce'의 손아귀에 집중됐다. 이 가문들은 식민지 지배자들과 커피 왕조의 구성원으로, 그들의 신분을 대대로 물려받았다. 엘살바도르의 특권층은 실제로 열 개 남짓한 '가문'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들은 혈연만이 아니라 농업이나 상업과 같은 경제적 · 정치적 이득으로 확고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 가문들은 엘살바도르 모든 사회 · 경제 영역을 지배하면서 군부나 정치 계층까지 연계했고, 자신들의 이익이 위협을 받을 때에 이를 잘 활용했다."(72-74쪽)


이러한 상황 안에서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스스로 먹고살 곡식을 심을 수 있는 경작지가 산비탈밖에 없었고 그 경사가 너무 가팔라 그들은 몸에 밧줄을 묶고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엘살바도르 농지의 60퍼센트는 인구의 2퍼센트도 안 되는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었고 중앙아메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이 나라의 대다수 민중은 토지와 일자리가 없어 끊이지 않는 빈곤에 시달려야 했다고 합니다. 대대로 이어지는 빈곤의 악순환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이 나라의 극소수 지주 계층에게 노동력을 값싸게 제공할 수밖에 없었고 엘살바도르 빈민들의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루 벌이 품삯이라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도 없었으니 ...

이러한 상황 안에서 특권층에 도전했던 극소수의 농민들이 무자비한 보복을 당하게 되는 참상이 이어지게 되고 ... 특권층이 봉기를 진압하기 위해 살해와 탄압이라는 잔혹한 대학살 사건이 벌어지게 되었고 ...

 

이러한 현실 앞에서 로메로는 부자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야 할 것은 한낱 물질적 자선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고, 부자들에게는 마음의 회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자선이 아니라 정의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사실 이론적으로는 하느님께서 주신 물질적인 축복은 어느 소수의 특정인이 독점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소수의 특정인이 물질적 축복을 몽땅 자기 것으로 삼으려 했을 때에 엘살바도르의 이 비참한 참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너무도 마음 깊이 체험할 수 있었고,

로메로 대주교님이 그토록 원했던 하느님의 정의가 무엇인지, 하느님의 평화가 무엇인지 깊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왠지 커피 맛이 아주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이제는 커피를 마실 때에 로메로 주교님이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저는 로메로 대주교님의 삶의 모습을 통해서 복음을 선포한다는 것이 어떤 삶이며, 가난한 이들을 위해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어떠한 것인지 깊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로메로 대주교님은 언제나 주님의 뜻을 헤아리려 기도와 묵상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해오셨다는 점에 대해서 감명받았으며, 저도 그렇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누군가를 억압하는 사람이나 그들에게 억압받는 사람들이나 모두 다 불쌍한 사람들이며 하느님의 사랑받는 사람들이며 이들 모두 다 하느님의 평화를 누려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해 안에서 "사랑은 반드시 이깁니다.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외치신 로메로 대주교님의 말씀이 생생하게 기억됩니다. 

 

엘살바도르의 이 비참한 참상이 왜 일어났는지, 하느님께서 왜 그토록 당신의 정의를 부르짖으셨는지, 하느님의 평화가 무엇인지 아시고자 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교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또는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들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로메로 대주교님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로메로는 '이 나라에 존재하는 우상 숭배'를 비난했다. 


  '부富가 신이 되고, 사유 재산은 자본주의 체제로 절대화됐습니다. 개인의 불안을 고착시키는 정치권력이 국가 안보를 최고선崔高善으로 내세웁니다.' "(218쪽)


"그러나 방탕한 아들이 돌아오기를 기도하며 사랑으로 기다리는 아버지처럼, 로메로는 자신의 양 떼가운데서 가난한 사람들의 억압에 가담해 이익을 취한 자들에게도 주의를 기울였다. 그리고 언젠가 그들이 눈과 마음이 열리고 화해가 이루어지며 공동체가 복원되는 날이 오기를 기도하며 희망했다. 1977년 9월 25일 강론에서 로메로는 말했다. 


  '지치지 말고 사랑을 선포합시다. 우리 눈앞에서 폭력의 물결이 그리스도인 사랑의 불을 몰아낸다 하더라도, 사랑은 반드시 이깁니다. 이길 수밖에 없습니다.'" (209-210쪽)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는 성찬례를 거행하다가 신앙에 대한 증오로 살해당했습니다. 열정에 넘치는 이 목자는 예수님의 표양을 따라 자신의 목숨을 내놓을 때까지 자기 백성과 함께, 특별히 가난하고 억압받는 사람들과 함께했습니다."

ㅡ 프란치스코 교황의 삼종 기도 연설, 2015년 5월 24일 성령 강림 대축일


이 책의 저자 케빈 클라크는, 아메리카의 선임 편집장이자 수석 특파원이다. 주로 팟캐스트, 뉴스 및 비디오 리포트, 특집 등에 기고하고 있다. <지구의 소금> 편집장이었고 <미국 가톨릭>의 편집장과 칼런니스트, 웹콘텐츠 매니저를 역임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오스카 로메로, 엘살바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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