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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임나경 장편소설 / 진령군, 망국의 요화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0 조회수1,708 추천수1 반대(0) 신고

임나경 장편소설  

진령군, 망국의 요화 


 

"내가 바로 푸닥거리 한번으로 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전하와 중전마마가 가장 아끼는 조선 최고의 무녀 진령군이다."  

 

일개 무당에게 왕족에게나 내리는 '군'이라는 작호를 내려 '진실로 신묘하다'고 해서 '진령군'이라 봉하고, 그 무녀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들로 정치를 했다는 조선 말 고종황제와 명성왕후의 정치사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가이며 각본가, 칼럼니스트(시니어역사 칼럼 연재 중)인 임나경 작가는「진령군, 망국의 요화」라는 소설로 새롭게 재해석하고 있는데, 임나경 작가의 소설로 진령군에 대한 이야기를 읽기 전에 먼저 텔레비전에서 진령군이 누구이며 어떤 짓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접했던 덕분에 아마도 책으로 읽는 동안 더 생생하게 각 장면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던 것 같다. 그런데 순수한 우리말 고어체들을 사용하고 있어서 조금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어떻게 일개 무녀가 왕족에게나 하사하는 '진령군'이 될 수 있었으며 또한 어떻게 한 나라의 운명을 무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을까? 그리고 나는 무녀 이성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그러니까 세례를 받기 전에 나도 한 때 참으로 앞이 캄캄하게 느껴지는 내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 때문에 무당의 집을 찾아갔던 때가 있었고, 그 무녀는 정말 쪽집게처럼 나의 지난날을 맞추었다. 그리고 앞날에 대해서도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해 주었다. 그리고 보니 무녀만 찾아간 게 아니라 박수도 찾아갔던 기억이 난다. 박수는 남자 무당을 말한다. 

 

그런데 내가 무녀든 박수든 그들의 올가미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나보다 내 인생을 더 잘 알까? 내 인생은 정해져 있는 걸까? 만약 내 인생이 정해져 있다면 나의 노력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 인생은 정해져 있지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분 나쁜 것은 내가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대로 살아야 한다는 그것이 무척 기분이 나빴다. 내 인생은 내 것인데 왜 내가 그들이 말하는 대로 살아야 한단 말인가? 그래서 그 이후 다시는 무당집에 찾아가지 않았고 오래지 않아서 세례를 받는 축복을 받게 되었다. 

 

이런 지난날의 나의 모습을 보면서 명성왕후가 무녀 이성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도 이해는 되었다. 명성왕후가 목숨의 위협을 받고 궁밖에서 숨어 있을 때에 언제쯤 입궁할 수 있다고 알려주며 희망을 주었고 또 입궁할 수 있을 거라는 그 시기에 딱 입궁할 수도 있었고, 이렇듯 위험한 처지에 있었을 때에 살갑게 도와주었으니 어찌 믿고 의지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그 마음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또한 늘 불안한 세자의 안위가 명성왕후를 휘감고 있었다. 명성왕후는 손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어린 아들을 둘이나 잃었다고 하니, 어린 세자가 아프기만 해도 늘 무섭고 불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무녀 이성녀는 이러한 명성왕후의 약점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고 그점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결과 나라는 망국의 길을 걷게 되었고 ...

 

아무튼 이렇게 명성왕후만 무녀에게 농락당하였을까? 어쩌면 우리네 인생도 사실 어떤 면에서는 무녀에게 얼마든지 농락당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삶이란 굽이굽이 고통과 시련이 다가오고 있고,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은 절망을 체험하기도 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점집이라도 가서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는 임나경 소설 「진령군, 망국의 요화」이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라도 적나라하게 체험해 보고 절대로 무녀를 찾아가 인생을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참 좋겠다고 소망해 본다. 


그리고 임나경 장편소설「진령군, 망국의 요화」를 읽고 세상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해 보았다. 세상이란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게 세상인 것 같다. 이성녀가 무당이 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이유도 어쩌면 세상이 그녀를 그렇게 내몰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우리를 그렇게 내몰아친다 해도, 어떻게 살 것인지는 내가 선택하며 살아야 할 몫이었다는 것 또한 무녀 이성녀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상이 아무리 그렇게 우리를 내몰아친다 해도 절대로 이성녀처럼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과 삶이 아무리 절망적이라 해도 절대로 무속인들을 찾아가 내 인생을 상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진실로 하느님께서 왜 그토록 당신 외에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하시는지 그 말씀이 이제는 완전히 이해가 된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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