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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2주일(평신도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1 조회수2,349 추천수11 반대(0)

 

전주의 치명자산 성지엘 다녀왔습니다. 성지에 있는 신부님께서 매월 영성피정을 기획하였고, 제게 11월 영성 강화를 부탁했습니다. 성지는 순례하는 장소이기도하지만, 성지에서 신앙을 돌아보고 주님과 함께 머물 수 있는 피정 장소가 되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순교자들께서도 순교의 장소에서 영성의 꽃이 피는 것을 보면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성시간, 묵주기도, 십자가의 길, 영성피정 등을 마련하였습니다. 성지는 시간이 나면 찾아가는 순례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일상의 삶에서 지친 신앙인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는 장소가 되는 것도 좋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상으로 내려오셨고, 복음을 선포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나라를 체험하고, 언제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도 교회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상처를 입고, 옷에 흙이 묻을지라도 교회는 세상 속에서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산위에 있는 성전도 필요하지만 산 아래에도 성전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 단체로 오신 분, 영적인 갈증이 있는 분들에게는 산위의 성전이 너무 높았기 때문입니다. 신부님께서는 산 아래에 장막성전을 마련하였고, 많은 분들이 장막성전에서 영적인 갈증을 채울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공간이 아닙니다. 그 공간을 채우는 시간입니다. 위선, 시기, 질투, 욕망으로 채워지는 공간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될 수 없습니다. 나눔, 희생, 봉사, 사랑으로 채워지며 영성으로 꽃이 피는 곳은 언제나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되는 것입니다.

 

엘리야는 사렙타의 과부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오랜 가뭄으로 모두가 힘들어 했습니다. 사렙타의 과부는 엘리야에게 빵과 과자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빵과 과자는 마지막 남은 밀가루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렙타 과부의 따뜻한 마음을 보셨습니다. 엘리야 예언자는 밀가루가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하였고,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가뭄이 끝날 때까지 밀가루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눔이 있었던 사렙타 과부의 집은 비록 누추하였지만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성전이 되었습니다.

 

장막성전이 아름다운 것은 규모와 외관이 아니었습니다. 신부님과 함께 하는 영성 팀이었습니다. 성지의 모습을 전해주는 소식지를 만들어가는 분이 있습니다. 전례와 행사를 진행하는 분이 있습니다. 피정에 참가하는 분들을 안내하고, 간식을 준비하는 분이 있습니다. 묵주기도, 십자가의 길, 연도를 주관하는 분이 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하는 분이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봉사하는 영성 팀이 있기에 장막성전은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남자 분이나 여자 분의 손가락에 대게는 아름다운 반지가 있을 겁니다. 사랑하는 친구가 주기도 했고, 결혼을 약속한 반지일수도 있고 , 길거리에서 예쁜 모습을 보고 산 경우도 있습니다. 반지에 얽힌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어서 들려 드리고 싶습니다. “동료 사제가 본당에서 저녁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두 젊은이가 면담을 요청해 왔답니다. 낯선 얼굴들인지라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이들을 맞았답니다. 자리에 앉은 그들은 불쑥 금반지 두 개를 내미는 것이었습니다. 금반지 2, 그것을 축성 해 달라는 얘기인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제에게 이것을 가지라고 했다고 합니다. 무슨 영문인가 하여 물었더니 이들의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그들 둘은 오랫동안 사귄 친구로서 한해 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남자 친구는 대학에 합격하여 입학을 했고, 여자 친구는 합격을 하지 못하였노라 하면서 이들은 여자 친구가 내년엔 꼭 합격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우정의 뜻을 깊이 간직하고 격려하기 위해 서로 금반지를 선물하면서 여자 친구가 합격하는 날, 이 반지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주기로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여자 친구도 합격을 했고그래서 오늘 저녁 기쁨과 감사의 미사를 드렸고, 작은 것이긴 하지만 이 반지를 누군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나름대로의 고통과 기쁨을 승화시켜 주었던 아름다운 이 추억의 반지를 선뜻 내어놓은 이들의 마음이 퍽 고왔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굳이 돈이 아니더라도 재능을 나누는 분들도 있습니다.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외로움에 지친 어르신들에게는 빵을 나누는 것보다 더 큰 위로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누렇게 변한 벽지를 벗겨내고 화사한 벽지로 바꾸어 주는 분들도 있습니다. 고장 난 보일러를 고쳐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여름 물난리로 못쓰게 된 물건들을 고쳐주시는 분도 있습니다.

 

성모병원의 의료진들은 약품을 가지고 매년 가난한 나라로 의료 봉사를 가고 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작은 병에도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교구의 사회 사목국에서도 청년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떠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 라오스로 가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집을 지어주기도 하고, 샘을 파주기도 합니다. 이 또한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찬바람이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쌀쌀한 날에, 순수함을 잃어 가는 세상에 그저 단순한 우정이 아닌, 이웃으로 마음이 열린 아름다운 우정의 모습을 보여준 젊은 친구들이 반지를 주기 위해 내밀었던 아름다운 손을 그려봅니다. 틀림없이 그 젊은이들은 사회를 아름답게 비추는 촛불로 살아가리라 믿으며, 관대함에로 열린 우정이 아름답게 지속되길 바랍니다. 이 세상은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그 마음을 이웃과 나누는 이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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