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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1.11.연중제 32주일 -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1 조회수1,552 추천수2 반대(0) 신고

 

 

마르 12, 38-44(연중 32주 주일)

 

 연중 32 주일입니다.

 평신도 주일인 오늘 <말씀전례>는 나눔과 봉헌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오늘 <1독서>에서는 예언자 엘리야의 초기 행적을 들려줍니다. 당시 북이스라엘을 지배했던 아합 왕은 시돈 지방의 이방인 여인 이세벨을 부인으로 맞이하여 우상숭배를 전념시켰던 인물이었습니다. 이에 엘리야는 하느님의 명을 받아 3년간 가뭄을 예고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명에 따라 북쪽에 위치한 시돈지방의 사렙다로 갔고, 거기서 한 과부 집에 들어가 물 한 모금과 먹을 것을 청합니다. 과부는 자신과 아들이 마지막으로 먹을 수 있는 한 끼니 분량의 밀가루와 기름 밖에 없다고 고백하는데, 그는 과부에게 음식을 만들어 우선 자기에게 달라고 청했습니다. 사실 엘리야는 과부의 마지막 음식을 청한 것이었습니다. 곧 목숨을 청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과부는 예언자가 시키는 대로 분부에 따랐고, 그 결과 예언자의 말대로 밀가루와 기름이 떨어지지 않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그렇습니다. 엘리야는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었으며, 과부 또한 엘리야의 말씀을 굳게 믿고 따랐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과 나눔(봉헌)은 음식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 기적을 낳았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늘 우리가 거행하고 있는 성체의 신비입니다. 그러기에, 이방인 과부의 이 믿음과 결단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진정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 소명을 일깨워줍니다.

 

 오늘 <복음>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렙톤 두 닢을 봉헌한 가난한 과부의 헌금을 높이 칭송하십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마르 12, 44)

 

 이 가난한 과부는 자신이 가진 동전 전부를 내어놓았던 것입니다. 마치 <1 독서>의 사렙다의 과부가 마지막 음식마저 내어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나중에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당신 자신을 통째로 내어놓으셨듯이 말입니다.

 이는 마치 오늘 <2 독서>에서 당신 자신을 제물로 내어놓으신 예수님의 대사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왜냐하면, 이 가난한 과부의 마음은 헌금의 액수에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하는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곧 타인을 위하여 내놓은 마음, 자신의 전부를 내어놓는 마음에 있기 때문입니다. 렙톤 두 닢은 비록 액수로는 작지만, 자신 전부를 담은 사랑의 크기내면적 헌신의 외적인 표시였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과부는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인데도 그의 전부를 바쳤습니다.

대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의 전부를 바치게 하였을까?

 

 우리는 자신의 전부를 내어주고 싶은 이를 만났는가? 전부를 내어주고도 가지지 못한 것마저 만들어서라도 주고 싶은, 그런 이를 만났는가? 그렇게 소중하고, 그렇게 귀한 이를 만났는가? 주군이신 그분, 전부를 건네주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그분을 만났는가?

진정, 우리가 그분을 만났다면, 어떻게 하면 그분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 예수님의 마음은 너무도 비싸서 그 어떤 많은 돈으로도 결코 얻을 수가 없지만, 또한 너무도 싸서 단 돈 두 닢으로도 얻을 수가 있는 마음입니다. 단 돈 두 닢은 곧 마음의 순수한 지향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는 지향이라는 보화가 있습니다. 마음을 살피시는 분께서는 그 지향을 보십니다. 마음 속 지향이 순수하면 예수님 마음을 얻게 됩니다. 곧 아무리 거대하고 큰일이나 큰돈을 봉헌한다 해도 마음 없이 한다면 결코 예수님 마음을 얻을 수 없지만, 비록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는 일을 하고, 적은 돈을 봉헌한다 해도 사랑의 마음으로 한다면 예수님 마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마음의 지향이 얼마나 순수하는가? 입니다. 곧 무엇을 하든지 사랑으로 하는 일입니다. 바로 그것이 예수님 마음을 얻는 길입니다. 이는 요한 까시아누스가 수도승의 목표로 제시한 마음의 순결(puritas cordis)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순수한 마음의 지향으로 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할 일입니다.

 

 이처럼, 오늘 <복음>봉헌의 참뜻을 일깨워 주십니다. 참된 봉헌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사랑의 순수한 마음에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께서는 우리를 위해 당신 자신을 참된 봉헌 제물로 내어주셨습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여러분 자신을 하느님께서 기쁘게 받아주실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그것이 여러분이 드릴 진정한 예배입니다(로마 12, 1).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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