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2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1-15 조회수2,227 추천수10 반대(0)

 

오늘은 대학입학 수학능력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그동안 준비한 만큼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오늘 시험의 결과로 어떤 학생들은 기쁘기도 하고, 어떤 학생들은 낙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결과가 나와도 결코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과학자들이 쥐를 가지고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캄캄한 상자에 넣어둔 쥐는 3분 만에 죽었다고 합니다. 아무런 희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자에 작은 구멍을 내고 빛이 들어오게 했을 때는 36시간 동안 살아있었다고 합니다. 작은 틈으로 빛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지치고 어려울 때일지라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반드시 길은 있습니다.

 

학생들이 대학에 가려고 하는 목적은 무엇일까요? 학생들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인류가 그동안 축적한 지혜와 지식을 알아가는 기쁨 때문에 대학에 가는 것일까요? 인류의 쌓아온 지식의 창고에 작은 기여를 하고 싶어서 일까요? 아니면 대학은 취업을 위한 과정일까요? 성공을 위한 발판일까요? 삶의 여정에 하나의 경력을 쌓는 것일까요?

 

꼭 대학은 아니더라도, 인생의 가치와 의미를 알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좋은 경력과 성적으로 원하는 직업을 선택하고, 성공한 삶을 살지 않더라도 왜 이 지구별에 왔는지, 어디로 가야하는지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런 것들은 대학에서 잘 가르쳐 주지 않는 것 같고, 굳이 그런 것을 대학에서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시간은 공간보다 강하다.’라는 말을 하였습니다. 공간은 유한하지만 시간은 무한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공간은 소유할 수 있지만 시간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공간은 경쟁과 싸움의 대상이지만 시간은 의미와 가치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인류는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서 전쟁을 하였습니다. 학문, 문화, 예술, 역사는 공간의 개념이 아니라 시간의 개념 속에서 발전하였습니다.

 

시간에는 3가지 차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물리적인 시간입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많이 가진 사람도, 적게 가진 사람도 하루에 24시간을 공평하게 사용합니다. 우리의 사회는 변하지 않는 물리적인 시간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을 통해서 우리는 약속을 하고, 거래를 하고, 계획을 세웁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우리가 함께 정한 약속입니다.

둘째는 의미의 시간입니다. 결혼기념일, 서품 기념일, 생일, 축일은 의미의 시간입니다. 은경축은 사제 생활 25년을 특별히 기억하는 날입니다.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겠다고 다짐하는 날입니다. 의미의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셋째는 가치의 시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새로운 가치를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새로운 계명을 줍니다. 서로 사랑하십시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습니다. 나는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여러분은 이제 사람 낚는 어부가 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자비하시니 여러분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십시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하느님 나라를 공간으로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자격이 있어야 들어가고, 능력이 있어야 들어가고, 재물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들처럼 율법을 준수하고, 기도하는 사람들만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가난한 사람, 죄를 지은 사람, 이방인들은 갈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 질문합니다. “하느님 나라는 언제 옵니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먼 훗날에 가는 곳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하십니다. 사랑하고 나누는 사람들 가운데에 있다고 합니다. 자비를 베푸는 사람,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 하느님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가운데 있다고 하십니다.’ 하느님 나라는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시간 속에 이미 시작하고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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