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21, 1-4(연중 34주 월)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신심 깊은 가난한 과부를 만납니다. 그는 비록 렙톤 두 닢을 예물로 바쳤지만, 그것은 자신이 가진 전부였습니다. 마치 아들과 함께 먹고 죽을 작정인 마지막 빵을 만들면서도 엘리야에게 바쳤던 사렙다의 과부(1열왕 17, 12)처럼. 그것은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일이었습니다.

 이토록, 전부를 예물로 바침은 주님께 대한 전적인 내맡김이요 믿음이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바치는 표현이요, 자신보다 주님을 앞세우는 표시였습니다. 마치 강도 만난 사람을 여관으로 데려가서 여관 주인에게 그 사람을 돌봐달라고 사마리아 사람이 내놓은 그 값진 두 데나리온과 같을 것입니다(루카 10, 35).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양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마음으로 바치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을 중히 여기고, 무엇을 앞세워야하는 지를 말해줍니다. 그러니, 봉헌은 자신의 계산에 따라 다 쓰고 남은 조각을 ‘나중에’ 바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먼저’ 바치는 믿음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과부의 딱한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곧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전부를 ‘먼저’ 앞세워 바쳤던 것입니다.

대체 무엇이 이토록, 그녀로 하여금 그의 전부를 바치게 하였을까?

 그것은 소중하고 귀한 분을 만난 까닭이 아닐까? 전부를 건네주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주군이신 분을 만난 까닭이 아닐까? 그러한 분을 만나 사랑하게 될 때, 우리는 자신의 전부를 바치게 되지 않을까?

 사실, 우리는 그 소중하고 귀한 분을 이미 만났을 것입니다. 당연히 만났으니, 여기 이 자리에 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분을 향한 사랑이 더 깊어 가는지, 혹은 퇴색되거나 변하지는 않는지를 살펴보아야 할 일입니다. 전부를 바쳐 그분을 사랑하고 있는지를 말입니다. 암브로시오 성인은 가난하면서도 전 재산을 봉헌한 이 “과부”에 대해서, “교회를 나타내는 신비로운 표상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교회는 곧 우리 자신은 자신의 전부를 산 제물로 바쳐야할 일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말합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느님 마음에 드는 거룩한 산 제물로 바치십시오.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드려야 하는 합당한 예배입니다.”(로마 12, 1)

 오늘, 저는 이 가난한 과부의 봉헌을 통하여, 나의 삶이 무엇을 우선하고 무엇을 앞세우는 삶인지를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하여 전부를 바치고 있는지를 봅니다. 나는 오늘 무엇을 봉헌할 수 있을까? 대체 무엇을 봉헌해야 할까?

주님!

저는 온 마음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섬기지 않았고,

온 시간과 열정을 다하여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당신보다 제 자신을 앞세우며 살아왔습니다.

기도하면서도 마음을 다하지 않았고,

먼저 바치기보다 나중에 바쳤습니다.

하오나, 당신은 저의 전부이오니, 저의 전부를 바치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