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 3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01 조회수1,961 추천수13 반대(0)

 

미장원을 주로 이용하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이용원엘 갔습니다. 이발사 아저씨는 저의 머리를 깎으면서 옆에 있던 이웃 아저씨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주도 사투리를 쓰면서 대화하였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가위를 잡은 손은 저의 머리를 깔끔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두 분의 대화를 거의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깨어 있었고, 들으려고 했지만 사투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토요일에 눈이 내렸습니다. 지인들이 눈이 오는 서울의 모습을 카톡으로 보내 주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눈이지만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것입니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에게는 하느님의 축복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내리는 눈을 치워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작업을 해야 하는 부담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사람은 내리는 눈이 무겁게 느껴질 것입니다. 성실하게 주어진 길을 걷는 사람은 내리는 눈이 격려와 위로로 느껴질 것입니다.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서양은 시간을 끝을 향해서 나가는 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를 향해서 흘러간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을 보면 이런 생각이 맞는 것도 같습니다. 아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은 노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꽃은 피고, 열매를 맺고, 지기 때문입니다. 나라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큰 뜻을 품고 새로운 나라가 생겨나지만, 종국에는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로마, 몽고, 오스만 제국이 그랬습니다. 그러기에 인생은 어쩌면 덧없고, 허망한 것 같기도 합니다.

 

반면에 동양은 시간은 순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봄이 가고 겨울이 오지만, 또다시 봄이 오기 때문입니다.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지만 바다는 구름이 되어 강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지구는 태양을 향해서 돌고, 태양은 우리 은하를 향해서 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會者定離만난 사람은 헤어지기 마련이고, 헤어진 사람은 언제가 또 만날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마치 나무가 나이테를 가지듯이, 교회의 전례는 예수 그리스도의 성탄과 부활을 중심으로 순환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어 오셨음을 기억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립니다. 그것이 바로 희망입니다. 그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늘 깨어 있으라.’고 하십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신앙의 눈을 뜨고 하느님을 찬양하는 것도 기쁨입니다. 희망의 눈을 뜨고 이 모든 것 또한 지나가리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고, 기꺼운 마음으로 나누는 것도 행복입니다. 그러기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큰 행복입니다. 신앙인이라는 말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몸을 팔았던 여인도, 눈이 멀었던 소경도, 나병환자도, 하혈하던 여인도, 중풍병자도, 듣지 못하던 사람도 예수님을 만나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살아서 참된 행복을 느꼈고, 영원한 삶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아주 간결하게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지키고 따른다면 그곳이 바로 꽃자리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진다면 그곳이 바로 가시방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면서 좋아하는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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