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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 제1주일/깨어 있어라./최 혜영 수녀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01 조회수1,570 추천수2 반대(0) 신고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25-28.34-36)

깨어 있어라



  오래 전에 보았던 폼페이 유적지의 인간 석고상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갑작스런 화산 폭발로 산 채로 화산재를 뒤집어쓴 수많은 남녀가 죽음 직전의 공포와 경악의 표정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화석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이런 죽음이 다가오면 어떨까 생각하니, 온몸이 조여 오듯 그들의 두려움이 생생하게 전달되었습니다.

종말이 도둑처럼 불시에 온다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실상 우리가 인류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자만 한다면 개인의 죽음이나 역사의 종말이 필연적인 사건으로 찾아온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 날과 그 시간을 하느님밖에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노아 때 홍수가 닥쳐 모든 것을 휩쓸어 갈 때까지 흥청망청 살았던 것처럼, 예수님 시대에도 또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영원히 살 것처럼 일상사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듯합니다.

하느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은 분명 다릅니다. 인간이 임의로 만들어 놓은 양적인 시간 곧 연대기적 시간(chronos)과는 달리, 하느님의 시간은 결정적인 구원의 시간(kairos)이며 완성의 시간입니다. 그 운명적인 시간을 만들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며 선택입니다. 이러한 각자의 선택이 어떤 이에게는 구원을 가져오고 어떤 이에게는 심판을 가져옵니다.

세상의 종말 곧 그리스도의 재림 때는 더 이상 선택이 불가능한, 인간이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는 ‘때’가 닥쳐옵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두 사람이 밭에 있거나 맷돌질을 하고 있지만, ‘그 때’에 이르러서는 하나는 데려가고 하나는 버려지는 극적인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마태 24,40-41). 다시 말해 회개한 사람은 구원받고 회개하지 않은 사람은 멸망당하는 상황을 절실하게 보여 줍니다. 그 판단 기준은 분명 하느님 눈에 비춰진 각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도둑을 지키는 집주인의 비유(마태 24,43-44; 루가 12,39-40)는 종말 위기가 언제 닥칠지 모르니 늘 대비하고 있으라고 말합니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도래하는 순간이 종말이라고 여기시고 이런 비유를 말씀하셨겠지만, 그리스도인은 종말이 되면 사람의 아들(인자)이 내림하여 하느님 나라를 이룩한다고 보았기에 “하느님 나라가 옵니다,”를 “사람의 아들이 옵니다”라고 말합니다.

전례력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첫 주간인 오늘, 우리는 ‘그 날과 그 시간이 언제 올지 모르니 깨어 있어라’는 권고를 듣습니다. 하느님 나라 곧 영원한 생명을 위해 깨어 준비하는 회개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입니다. “언제나 대낮으로 생각하고 단정하게 살아갑시다. 주 예수 그리스도로 온몸을 무장하십시오.”(로마 13,13-14).

[말씀자료:-최 혜영 수녀 -편집:원 근식요아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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