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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 1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02 조회수1,843 추천수12 반대(0)

 

새벽 알람 소리를 들으면서 잠시 망설였습니다. 안식년인데 그냥 더 자도 되지 않을까? 아니야 그래도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야하지 않을까? 문득 생각했습니다. 하늘의 해는 몇 십 억년을 어김없이 뜨고 지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달도 언제나 같은 길을 가고 있습니다. 누에도 죽기까지 실을 뽑는 것을 멈추지 않으며, 초는 다 타야만 비로소 눈물이 마르는 것을 봅니다.

 

베들레헴 성전의 입구에서 보았던 글이 생각났습니다. “당신이 여행객으로 오셨다면 순례자가 되어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순례자로 오셨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어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순례와 여행의 차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행의 중심이 라면 순례의 중심은 하느님입니다. 여행은 내가 기쁘면 좋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면 좋고, 내가 채워가는 것입니다. 순례는 힘들어도 받아들이고, 만나는 이웃의 친구가 되어 주고, 하느님의 뜻을 채워가는 것입니다.

여행은 이 세상에 속해있습니다. 이 세상의 것들은 내가 건강하고, 내가 살아 있을 때만 볼 수 있습니다. 여행은 여유가 있어야 하고, 건강해야 하고, 비용을 마련해야 하고, 친구가 있으면 좋습니다. 순례는 이 세상에서 영원한 세상을 꿈꾸는 것입니다. 이 세상의 것을 다 보지 않아도 됩니다. 여유가 없는 사람도, 아픈 사람도, 비용이 없어도, 친구가 없어도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꿈꾼다면 우리는 순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여행의 목적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입니다. 인류의 문화와 유적을 보는 것입니다. 새로운 체험을 하는 것입니다. 삶의 동반자를 만나는 것입니다. 여행을 통해서 삶의 시야가 넓어지고, 삶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순례의 목적은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아픈 이웃을 보듬어 주고, 굶주린 이웃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외로운 이의 손을 잡아 준다면 이미 순례자입니다. 돌아온 아들을 사랑으로 받아주는 아버지의 자비로움이 있다면, 강도당한 이를 치료해주고 여관으로 데려다주는 연민이 있다면 이 세상은 순례자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런 세상은 이미 하느님 나라가 될 것입니다.

 

교회는 대림시기를 시작하고 있으며 오늘은 대림 제1주일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순례자가 되면 좋겠다고 합니다. 순례자인 우리들은 모두 거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예레미야 예언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날에 유다가 구원을 받고 예루살렘이 안전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은 예루살렘을 주님은 우리의 정의라는 이름으로 부를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세상이라면 그곳이 순례자의 세상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순례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이야기 하십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십시오.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하십시오.” 세상에는 깨어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성공을 위해서, 권력을 위해서, 명예를 위해서 깨어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깨어 있음으로 이웃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깨어 있음으로 양심을 속이고, 깨어 있음으로 죄를 짓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깨어 있으라고 하십니다. 깨어 있음의 목적은 기도입니다. 기도는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는 사람은 거룩한 삶을 살 것이며 그것이 순례자의 삶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우리가 주 예수님의 권위로 여러분에게 지시해 준 것들을 여러분은 잘 알고 있습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아름다운 가사가 기억나는 순례자의 노래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외로움 속의 한 순례자. 찬란한 꿈마저 말없이 사라지고 언젠가 떠나리라.

인생은 나뭇잎 바람이 부는 대로 가네. 잔잔한 바람아 살며시 불어다오 언젠가 떠나리라.

인생은 들의 꽃 피었다 사라져 가는 것, 다시는 되돌아오지 않는 세상을 언젠가 떠나리라.

인생은 언제나 주님을 그리는가 보다. 영원한 고향을 찾고 있는 사람들 언젠가 만나리라.

 

순례자가 되어 주님의 성탄을 기다리는 대림시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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