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대림 제2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10 조회수1,676 추천수11 반대(0)

 

극한직업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우연히 가마솥을 만들고, 얼음을 만드는 현장을 보았습니다. 쇳물을 녹여서 가마솥을 만드는 일은 보기만 해도 위험하고, 더웠습니다. 48시간 얼음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 일은 오싹하기도 하고, 힘들어 보였습니다. 51년째 가마솥을 만드는 공장장의 눈빛을 보았습니다. 오랫동안 한 가지 일을 하는 장인의 눈빛이었습니다. 68세인 장인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남들은 왜 이렇게 힘든 일을 선택했는지 물어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일을 선택했기에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매일 새벽 얼음은 필요한 곳으로 배달되었습니다. 제일 먼저 가는 곳은 시장이었습니다. 얼음은 시장 상인들의 요구에 따라서 가루가 되기도 했고, 잘리기도 했습니다. 고된 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진 가마솥과 얼음이 있기에 우리는 맛있는 가마솥 설렁탕을 먹기도 하고, 싱싱한 생선을 먹을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깨끗하고 쾌적한 도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과 150년 전만 해도 도시는 결코 깨끗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더럽고, 냄새나고, 오수와 오물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도시는 위험하고, 질병이 발생하는 더러운 곳이었습니다. 그런 도시가 오늘날처럼 깨끗할 수 있는 것은 생활 오수를 따로 모아 버리는 하수관을 묻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도시는 지하에 엄청난 길이의 하수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도시를 깨끗하고 청결하게 하려는 이들의 땀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풍요와 행복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 일입니다.

 

제가 머무는 본당에서도 저는 그런 분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른 새벽과 늦은 밤에 성당의 문을 열고, 닫는 봉사자가 있습니다. 전례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제의와 제구를 차리는 분, 졸린 눈을 비비며 새벽 미사 복사를 서는 아이, 성가를 반주하는 분, 해설하는 분, 독서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사제가 거룩하게 미사를 집전하기 전에 이미 많은 분이 새벽을 열고 있었습니다. 매일 새벽에 그런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만나면서 변화되었습니다. 절망은 희망으로, 어둠은 빛으로, 슬픔은 기쁨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죄인으로 멸시받고, 공동체로부터 쫓겨났던 사람들이 죄의 용서를 받았고, 공동체로부터 다시 받아들여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화려하고, 커다란 건물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어도 하느님 나라를 희망하고, 하느님 나라를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의사는 환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환자가 사회적인 명망이 있는지, 죄를 짓고 도망치는 사람인지 따지지 않습니다. 의사에게 중요한 것은 지금 아픈 사람의 처지를 보고,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종류로 따지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죄를 크기로 따지지 않으십니다. 우리의 죄의 횟수를 따지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죄가 중해도, 우리의 죄가 컸어도, 죄의 횟수가 많았어도 용서해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희망현실이 되도록 함께하는 이웃을 볼 수 있습니다. 이웃들은 예수님께 중풍병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착한 이웃들을 보았습니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중풍병자의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치유해 주셨습니다. 저는 봉성체를 다니면서 10년 이상 자리에 누워있는 중풍병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본인도 힘들지만, 가족들도 함께 아파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중풍병자는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 가족들과 이웃들이 함께 할 때, 중풍병자는 힘을 얻을 수 있고,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5년 동안 중풍병자인 아내를 위해서 헌신 하시는 남편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말도 하고, 비록 휠체어에 의지하지만 밖으로 나가서 산책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들도 함께하니 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꿈과 희망은 혼자일 때는 그대로 꿈과 희망으로 남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함께 할 때면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될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함께하는 우리들의 열린 마음을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작은 노력을 보시고, 큰 축복을 내려 주시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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