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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족사랑
작성자이순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13 조회수1,710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래전 일입니다. 어느 날 새벽, 요란하게 울리는 전화 밸 소리에 놀라 잠을 깼습니다.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시동생의 침통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시누이 아들의 교통사고 소식이었습니다.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스물다섯 살의 건장한 청년, 그 아이의 모습은 차마 눈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의사 선생님들조차 생사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진단을 내렸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망연자실해 있는 가족들을 바라본다는 것은 더욱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에서 아들 면회를 마치고 나올 때마다 눈물을 감추려고, 그 아이의 아버지는 먼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를 비벼 껐습니다. 실성한 사람처럼 아들이 깨어날 것이라 절규하며 그 아이 엄마는 무릎사이로 얼굴을 묻었습니다.

 

 

살 것인가? 죽을 것인가? 반신반의하며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이던 의료진은, 이런 젊은이를 잃는다는 것은 국가의 손실이라며 밤낮없이 치료에 혼신을 다했습니다. 사막에 물을 길어 나르는 심정으로 묵주를 들고 병원을 드나들던 나에게 이런 의료진의 모습들은 참으로 진한 감동을 주었습니다. 드디어 몇 번의 수술과 강도 높은 치료과정을 거치면서 45일 만에 그 아이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습니다.

 

 

그날은 의료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승리였습니다. “ 그들은 그들대로 주님께 기도를 올려 환자의 고통을 덜고 병을 고치는 은총을 빈다. 그렇게 하여 환자의 생명을 건지는 것이다.” 라는 집회서 38장 14절의 말씀이 이루어진 날이었습니다. 아들이 깨어나기까지 잠시도 그의 곁을 떠나지 않던 부모와 두 여동생의 헌신적인 사랑도 참으로 눈물겨웠습니다. 그 후 일반 병실로 자리를 옮긴 그 아이는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밝은 성격을 가진 그 아이는 곧 잘 환우들과 주변 사람들을 웃기며 그들에게 봄기운을 자아내는 희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긴 투병생활과 장기간의 회복기간을 거쳐 지금은 성가정도 이루고, 아내와 함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덧없음에는 인내심이 필요한데 특히 병중에 더 필요하다고 프란치스코 성인은 말씀했습니다. 완쾌의 날자가 정해져 있지 않는 투병은 그렇게 긴 기다림이 요구 됩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겪는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지나갑니다. 그 지나가는 시간 속에 믿음으로 현실을 받아드리고 나면, 그 상황에서 밀려오는 어떤 슬픔이나 역경도 조절할 힘이 생깁니다. 더러는 웃을 여유도 생기는 것입니다. 믿음의 바탕위에 이런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꺼져가는 한 생명을 살리기에 위해 혼신을 다하던 그 가족들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훈훈해집니다. 그래서 지상 천국의 일 번지는 참된 사랑이 실현되는 가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비우기 좋은  대림시기에 나눔을 권유하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립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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