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교회] 예물 준비 예식에서 성직자가 포도주가 담긴 성작에 물을 조금 섞는데 왜 그렇게 하는 건가요? 포도주에 물을 섞는 예식은 고대 근동의 관습에서 유래합니다. 물이 귀하여 식사 때 주로 마시는 음료가 포도즙이었습니다. 포도즙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하는데 우리나라의 포도는 당도가 낮아서 포도즙이 초로 변하지만 근동에서 재배하였던 포도는 당도가 높아 발효하여 포도주로 변합니다. 오늘과 같은 냉장 시설이 없던 당시에 당도가 높아 높은 도수로 유지되면 오래 보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식사 때는 취하지 않으려고 포도주에 물을 섞어서 마셨습니다. 중세 시대에 이 행위가 전례에 도입되었고 실용적 수준을 넘어서 신학적 해석이 더해졌으니, 이제 포도주에 물을 섞으면서 사제는 속으로 다음의 기도를 바칩니다. : “이 물과 술이 하나 되듯이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소서.” 포도주는 그리스도의 신성(神性)을 상징하고 물은 그리스도와 우리의 인성(人性)을 상징합니다. 포도주와 물이 섞여서 분리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우리와 같은 인성을 취하여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와 결합하면 그분의 신성을 통하여 그분 안에서 하느님과 일치하여 구원됨을 드러냅니다. 또한, ‘십자가 위에 달리신 주님의 옆구리에서 흘러나온 물과 피’(요한 19,34)에서 교회의 성사가 비롯되었는데, 포도주와 물이 섞이는 것은 우리 교회(물)가 성사에 참여하여 그리스도(피, 포도주)와 일치함을 의미합니다. [2023년 11월 19일(가해) 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가톨릭부산 5면, 전례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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