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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25.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 양주 올리베따농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5 조회수3,122 추천수1 반대(0) 신고

 

 

요한 1, 1-18(성탄대축일 낮 미사)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오늘은 기쁜 날이라고 말들 하지만, 참으로 경악스럽고 놀라운 사건, 역사 안에서 둘도 없는, 당혹스럽고 황당한, 신비롭고 믿기지 않는, 대체불가능한 일이 벌어진 날입니다. 이 무시무시한 일을 오늘 <복음>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여기서, 사람은 직역하면 살을 취하였다는 뜻으로 육을 지닌 사람의 약함 안으로 들어온 것을 말합니다., 사셨다는 것은 천막을 치고 우리와 함께 거주한다.’는 뜻으로 거처를 사람인 우리 가운데 두고 우리와 함께 사람으로 사신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당신의 임재와 현존을 상징하는 장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육화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와 심오한 의미를 전해줍니다. <구약>에서는 하느님이 특정한 장소나 건물에 머무신다고 여겨 성전을 세웠고, 하느님의 영광이 성막이나 성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말씀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될 것을 말해줍니다. 아브라함 헤셀의 표현처럼, 안식일이 시간 속의 성소이고 성막은 공간 속의 성소라면, 이제 사람이 하느님의 성소라는 의미를 지니게 되었습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말씀은 말씀이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은 앞의 1절에서 말씀은 하느님이셨다.”라고 밝히고 있듯이, 하느님이 사람으로 나셨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이를 두고 일찍이 이사야 예언자는 오늘 우리가 <입당송>에서 노래한 대로 이렇게 예고했습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났고, 우리에게 한 아들이 주어졌네.”(이사 9,5)

 

 또한 이를 두고 루카복음사가는 이렇게 밝혀줍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다.”(루카 2,11)

 

 그리고 이에 대한 초대교회의 찬미가를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그리스도 예수는 하느님과 본질이 같은 분이셨지만

굳이 하느님과 동등한 존재가 되려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의 것을 다 내어놓고

종의 신분을 취하셔서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 되셨습니다.”(필립 2,6-7)

 

 그렇다면, 왜 말씀이 사람이 되셨을까? 이는 어마어마한 사실을 말해줍니다. 엄청난 사랑을 말해줍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심을 말해줍니다. 이를 요한복음사가는 이렇게 밝혀줍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을 극진히 사랑하셔서 외아들을 보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든지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여 주셨습니다.”(요한 3,16)

 

 이는 예수님의 강생이 하느님 사랑의 표징임을 말해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과 같이 거룩한 존재로 만드시기 위해서 사람의 모습을 취하셨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크리소스토무스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신분이 높은 이의 영예는 전혀 손상을 받지 않지만, 신분이 낮은 이는 자신의 비천함에서 들어 올려 진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정약종이 <주교요지>에서 임금이 신하의 딸을 아내로 맞아들이는 것에 비유한 것과 같습니다. 곧 임금이 신하의 딸과 혼인한다고 해서 신분은 낮아지지 않지만, 신하의 딸은 왕비의 신분으로 격상되는 것과 같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를 살이 말씀에 덧붙여져 썩어 없어질 운명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사람을 드높이면서 동시에, 당신의 영광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래서 요한사가는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요한 1,14)고 고백합니다.

 그러니, 이 놀라운 일은 분명 이 세상에서 벌어진 일,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그 일입니다. 극진한 사랑으로 사람이 하느님이 되는 그 일입니다. 분명, 그분은 사랑과 함께 오시의 그 일을 벌이십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그분께서는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 당신의 이름을 믿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권한을 주셨다.”(요한 1,12)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분을 맞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우쳐줍니다.

 그래서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말씀은 단지 하느님이 사람이 되어 탄생하셨다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분이 오시어 바로 여기 계시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우리의 면전에서 우리를 대면하고 계시고, 당신을 맞아들이는 이들 가운데 사신다는 것입니다. 곧 당신을 맞아들이는 우리들 가운데함께 계시고, 우리를 향하여 계시고 우리와 관계를 맺고계시고, 그것은 동시에 우리들에게서 살아 계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들 가운데서빛이 되어 비추고, 우리를 빛으로 인도하고, 우리가 빛이 되는 구원을 이루시고, 그것을 우리에게서 이루신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따라서 함께 거처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함께 구원의 공동작업을 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당신을 받아들이는 이들에게서 함께 벌이는 사랑입니다. 도저히 믿기 어려운 이 사랑의 행위가 바로 강생의 신비입니다. 바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의 신비입니다.

 오늘 이 극진한 사랑이 우리에게 오셨으니, 그 사랑이 우리에게서 살게 되기를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사랑과 기쁨의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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