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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6 조회수1,939 추천수10 반대(0)

 

성탄절을 지내면서 어머니와 며칠 지냈습니다. 휠체어에 의지해야 밖을 나가실 수 있었습니다. 화장실에 가실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휠체어를 밀어드리면서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건강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도 가고, 건강하신 어머니를 모시고 맛있는 식당에도 갔어야 하는데 너무 늦게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와 함께 지냈던 성당엘 다녀왔습니다. 본당 신부님도, 본당의 교우들도 어머니를 기쁘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20년이 지났지만 어머니를 기쁘게 맞이해 주는 교우들이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교회의 첫 순교자이신 스테파노 부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스테파노는 자신의 능력과 재능으로 복음을 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영과 지혜가 충만했기에 복음을 전할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자신을 향해서 돌을 던지는 사람을 용서하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이 충만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그러셨던 것처럼 하느님께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 저 사람들은 자신들이 하는 잘못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향해서 돌을 던지는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신앙의 시작은 높은 지식과 재능이 아닙니다. 깊은 식견과 지혜도 아닙니다.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겨 드리는 겸손함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먼저 드러날 수 있도록 자신을 비우는 것입니다. 2000년 교회의 역사는, 신앙의 길은 하느님의 뜻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율법과 조직이라는 옷을 화려하게 입을 수도 있습니다. 웅장한 건물과 제도로 멋을 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뜻이 먼저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가려질 때, 교만함이 드러날 때 교회는 위기를 맞이하곤 하였습니다.

 

오늘 스테파노 축일을 지내면서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님을 생각합니다. 1999년 저는 적성 본당의 주임신부로 있었습니다. 저는 추기경님께 대림특강을 해 주실 수 있는지 편지를 보내드렸고, 추기경님께서는 대림특강은 물론 미사까지 해 주시겠다고 답장을 주셨습니다. 무척이나 바쁘신 추기경님께서 기꺼이 시간을 내 주신 것은 적성 성당이 당시 서울대교구에서 가장 작은 성당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의와 미사를 함께 해 주셨고, 교우들이 정성껏 준비한 저녁까지 맛있게 드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따뜻한 사랑을 듬뿍 주시고 가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언제나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을 생각하셨고, 그분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해마다 성탄절에는 가난한 분들이 많이 사시는 달동네에 가셔서 성탄절 미사를 봉헌하기도 하셨습니다. 권력의 힘에 밀려서 성당을 찾아오시는 분들을 위로하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는 힘들고 어려운 시대에 사람들에게 희망을 이야기 하셨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추기경님께서 계시던 명동성당은 외롭고, 고난 받는 사람들의 쉼터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명동성당으로 찾아갔고, 추기경님께서는 그런 분들을 넓은 가슴으로 맞아 주셨습니다. 70년대와 80년대에는 정말 많은 성당들이 예비자 교리때문에 바빴습니다. 하느님을 알기 위해서 성당을 찾았던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추기경님께서 힘들고 어려운 이들의 버팀목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신앙인이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를 배우게 됩니다. 순교란 단순히 목숨을 바치는 것만이 아닙니다. 순교란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고,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나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신앙의 신비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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