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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죄 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28 조회수1,779 추천수10 반대(0)

 

지난 성탄 대축일 어린이 미사였습니다. 보좌 신부님이 아이들에게 예수님 탄생에 대해 질문을 하였습니다. 정답을 맟춘 아이에게는 선물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질문 중에 하나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정답이 몇 번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이 있는 천주교회의 4대 교리는 어떤 것일까요? 1번 삼위일체, 2번 상선벌악, 3번 신장개업, 4번 천주존재, 5번 강생구속입니다. 선물을 갖고 싶은 아이들은 간절한 눈빛으로 손을 들었습니다. 한 아이가 자신 있게 대답을 하였습니다. 3번 신장개업! 물론 신부님이 기대한 답은 강생구속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날 아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틀린 답도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예수님께서 오셔서 교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과 사명을 받아들인 제자들은 교리, 성사, 말씀을 세상에 전하였습니다. 교회는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명령하신 것처럼 세상에 전해졌습니다. 이스라엘의 변방 갈릴래아에서 시작된 교회가 에페소, 필립비, 고린토, 테살로니카, 로마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234년 전에는 한국에까지 전해졌습니다. 지금은 가장 견고한 조직과 체계를 갖춘 교회가 되었습니다. 깊은 신학과 철학이 어울려진 교리가 있습니다. 하느님의 보이지 않는 은총이 겉으로 드러나는 성사가 있습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나 교회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아이는 신장개업이라고 한 것은 아니겠지만 신장개업도 어느 정도 선물을 줄 수 있는 대답 같습니다.

 

교회가 처음부터 발전하고 성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의 죽음이 있었고, 오늘은 무죄한 어린아이들의 순교가 있었습니다.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의해서, 국가적인 정책과 전략에 따라서 교회는 박해를 받기도 했고, 많은 신앙인이 순교하였습니다. 우리 한국교회도 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103위 순교자와 124위 복자가 있으며 수만 명의 순교자가 있었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조화입니다.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생명이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세우시고, 전해 주신 교회도 많은 박해로 흔들렸습니다. 새로운 사상과 철학이 등장해서 젖었습니다. 그런데도 교회는 성령의 도움으로 오늘까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편한 것이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닌 때도 있습니다. 설탕이 달다고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몸에 해로운 것과 비슷합니다. 반면에 지금 힘들고 어렵지만, 꾸준히 하면 삶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있습니다. 기도와 묵상이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꾸준히 하면 삶의 나침판이 되어 줍니다. 예전에 전체와 부분에 대한 집합을 배웠습니다. 작은 것에 얽매이면 큰 것을 놓치기 쉽습니다. 아무리 큰일을 하여도 작은 것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성서를 보면 세부적인 내용에는 때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성서는 결국은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향해 나가는 배와 같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는 여정의 기록이 성서입니다. 제 몸에도 삶의 흔적들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연탄재에 맞아서 난 상처도 있습니다. 뜨거운 물에 데인 흔적도 있습니다. 다리의 골절로 수술을 받은 자국도 있습니다. 얼굴을 보면 이제 조금씩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 있습니다. 그런 모든 것들이 있음에도 매일 아침 감사기도를 드립니다.

 

우리 인간들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죽는지, 고통과 시련은 왜 다가오는지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이것이 다른 생명체와 인간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깊은 묵상 중에 신앙의 원리와 기초를 찾았습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할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이것이 이냐시오 성인이 보았던 원리와 기초입니다. 하느님의 더 큰 영광을 위해서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온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삶 속에서 드러낼 수 있다면 우리는 순간을 살아도 영원을 사는 것입니다. 이것을 모르고 산다면 억만년을 살아도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국립현충원에는 이름 없는 무명용사들을 위한 탑이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그들이 조국을 지키는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이름 없는 아기 순교자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천국에서 빛나는 별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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