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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서 공석 신부님의 강론(2019년 1월 1일. 새해 아침),
작성자강점수 쪽지 캡슐 작성일2018-12-30 조회수1,686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911. 새해 아침.

루가 2,16-21.

  

새해 아침입니다여러분 모두에게 은혜로운 새해가 될 것을 빕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도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충만하실 것을 빕니다새해에도 하느님의 베푸심이 여러분 안에 많은 결실 맺을 것을 기원합니다.

 

오늘은 교회 전례(典禮)상으로 세 가지가 겹쳐 있습니다.  2019년을 시작하는 정월초하루이면서,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 축일이고 또한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라는 표현은 기원 후 431년 에페소공의회가 믿을 교리로 채택한 것입니다.   그 시대 콘스탄티노풀 주교 네스토리우스는 마리아가 낳은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라장차 하느님의 아들이 될 사람이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그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사람의 어머니인 마리아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습니다에페소공의회에 모인 주교들은 네스토리우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라고 선포한 것입니다.

 

네스토리우스의 주장 대로 만일 예수가 사람으로 태어났다가 후에 하느님의 아들이 되었다면우리를 하느님 자녀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뜻으로 예수를 하느님의 아들이라 말하게 된다는 것입니다그러면 우리는 예수 안에서 하느님의 일을 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그 시대 사고방식에서는 예수가 출생 때부터 하느님의 아들이 아니면그분은 우리와 다른 것이 전혀 없는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었습니다그런 여건에서 그들은 예수가 태어날 때부터 하느님의 아들이었다고 말해야 했습니다그 사실을 표현한 것이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라는 에페소 공의회의 표현이었습니다.

 

그것은 5세기 사람들이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에 필요했던 표현입니다그것은 마리아의 품위를 격상시키려는 의도를 전혀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예수 안에 하느님의 일을 보는 그리스도신앙의 핵심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그 시대의 방식으로 표현한 것뿐입니다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예수가 우리 인간과 달리 출생 때부터 하느님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말하려는 것이었습니다.

 

이 축일은 1970년에 제정되었습니다불과 30년 전입니다우리는 이 축일을 제정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1500여 년 전에 채택된 하느님의 어머니 마리아라는 표현입니다.  ‘사람의 어머니 마리아라고 주장하는 네스토리우스도 없어진지 오래된 오늘입니다.  1500여 년 전의 논쟁 내용을 모르면또 하나의 마리아 축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예수 그리스도 안에 하느님의 일을 보자는 마음다짐의 날로 이해해야 하는 오늘의 축일입니다. 그러나 고색(古色)이 창연(蒼然)한 오늘의 축일 이름은 어떤 아쉬움을 느끼게 합니다.

 

오늘은 세계 평화의 날이기도 합니다이것은 1967년에 제정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평화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닙니다과거에 평화는 통치자가 주는 것이었습니다통치자가 전쟁을 하지 않고평화롭게 살 수 있도록 해 주면 모두가 평화를 누렸습니다.  교회가 세계 평화의 날을 제정한 것은 이제 평화는 모든 사람이 함께 찾아야 하는 가치라는 사실을 깨달은 데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평화는 통치자 한 사람의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전쟁이 없는 상태를 평화라고 말하기도 하지만그리스도인의 평화는 하느님의 사랑 받는 사람들이 누리는 평화’(루가 2,14)를 의미합니다.   성탄날 밤 천사들의 환호 소리라고 루가복음서가 전한 말입니다예수님의 산상설교에도 복되어라평화를 이룩하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니”(마태 5,9)라는 말씀이 있습니다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사실을 체험한 사람이 평화를 위해 일하 고, 평화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라는 뜻입니다.

 

이웃을 짓누르고 이웃의 자유를 빼앗으면서 평화를 이룰 수는 없습니다하느님의 자녀는 하느님의 생명을 사는 사람입니다.  하느님이 베푸셨기에 우리의 생존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기 생존을 은혜로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하느님의 자녀입니다우리 앞에는 또 한 해의 세월이 펼쳐져 있습니다한 해의 첫날을 우리가 새로운 의욕으로 기뻐하면서 맞이하는 것은 그것이 베풀어진 또 한 해를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은혜롭게 받아들여 은혜롭게 살아야 하는 세월입니다우리도 베풀어서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은혜로우심을 실천하라는 세월입니다그 실천이 평화를 줄 것입니다.

 

어느 그 고을에서 죄인으로 소문난 여인이 예수의 발을 눈물로 적시고 머리칼로 닦은 이야기가복음서에 있습니다(루가 7,36-50).  예수는 그 여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당신의 죄는 용서받았습니다...당신의 믿음이 당신을 구원했습니다평화 안에 가시오”. 하느님이 용서하신다는 사실을 믿었으니 평화 안에 가라는 말씀입니다그 여인은 예수를 만나서 하느님이 어떤 베푸심이고 어떤 은혜로우심인지를 깨달았고 이제 그 깨달음을 안고 평화를 이룩하는 사람으로 세상에 나갑니다.

 

새해 아침에 우리는 복 많이 받으라고 서로 인사합니다하느님이라도 좋고 하늘이라도 좋습니다어떤 단어를 사용하든베풀어지는 복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믿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하느님은 베푸시는 분이십니다그 사실을 믿고 실천하는 마음 안에 하느님은 살아 계십니다우리 주변의 모든 분들이 행복할 것을또한 평화를 위해 일할 것을 비는 오늘입니다.

 

내 주변을 행복하게 하려면,  먼저 내 자신이 행복해야 합니다행복은 물질과 명예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서 얻는 것은 아닙니다우리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이 은혜로운 분이라는 사실을 자각(自覺)에서 시작하는 행복입니다하느님이 주신 한 해가 그분의 은혜로우심과 더불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우리의 욕심과 우리의 애착이 있기 전에 은혜로운 베푸심이 먼저 있었습니다강물 같이 흐르는 베푸심입니다우리를 거처서도 흐르고 또 흘러서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질 것을 함께 기도합시다그 흐름 안에서 내 주변 사람들도 기뻐하고나도 기뻐하는 한 해가 되도록 기원합시다.  하느님은 좋으신 분이십니다. 좋은 한 해를 시작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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