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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바람처럼, 구름처럼, 홀연히 떠나가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02 조회수1,777 추천수6 반대(0) 신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홀연히 떠나가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

한 형제가 어떤 모임에

참석했을 때의 일입니다.

처음 만났기에 서로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다들 나름대로 각 분야에서

한 직책 담당하고 있는 분들이라,

소개들이 꽤나 거창했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큰 목소리로,

자랑스럽게 자신들의 스펙과 경력,

직함을 소개했습니다.

마침내 우리 형제 차례가 되었는데,

이렇게 자신을 소개했답니다.

~ 거시기, 저는 말이죠,

아무 것도 아입다이~”

예수님의 선구자인

세례자 요한이 등장해,

종래 예언자나 지도자들과는

다른 촌철살인의 설교와 함께,

구름 군중을 불러 모으며

유명세를 떨치자,

유다 지도층 인사들이

바짝 긴장을 하였나봅니다.

세례자 요한을 두고

유다 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설왕설래가 있었겠지요.

보아하니, 오시기로 된

메시아가 분명해!”

입고 다니는 옷을 봐.

초라하고 남루한 행색을 봐서

그럴리가 없어.”

그런데 신선하고 거침없는 언변에,

강력한 카리스마에,

메시아가 맞을 지 몰라.”

고민 끝에 그들은 사제와

레위인들을 세례자 요한에게 보내

그의 정체를 파악하라는

미션을 줍니다.

당신은 누구요?”

질문에 세례자 요한의 대답은

조금의 망설임도 업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세례자 요한은

길게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딱 잘라 본론만 말하는데,

그야말로 솔직담백함의 극치입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요한 복음 119)

나는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대로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어라.’

하고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다.”

(요한 복음 123)

뿐만 아닙니다.

세례자 요한은 솔직함에

겸손까지 더합니다.

나는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런데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

내 뒤에 오시는 분이신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리기에도 합당하지 않다.”

(요한 복음 126~27)

구약시대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대 예언자요,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닦는

선구자로서 세례자 요한의 태도는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만일 제가 세례자 요한이었다면,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 앞에

조금은 망설였습니다.

스스로를 좀 더 있어보이게 하려고

포장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메시아까지는 아니지만,

예수 그리스도 그분을

잘 알고 있으며,

일정 부분 그분의 인류 구원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분과 나는 아주 가까운 친척 관계이며,

그분의 가족들도 잘 알고 지낸다.”

그러나 세례자 요한은 자신의 정체,

신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하늘을 찌르는 인기 앞에

조금도 우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유효 기간이 언제까지

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떠날 순간이 왔음을 인지하자,

단 한 순간도 지체없이,

그 어떤 미련도 없이,

잘 마련된 무대를 주인공이신

예수님께 넘겨드린 다음,

신속히 구세사의 무대 뒤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겸손의

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때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뭐 그리 아쉬움이 많은지,

미적미적, “아직 떠날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어요.

좀 더 있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바람처럼, 구름처럼,

홀연히 떠나가는 세례자 요한의

뒷모습이 참으로 멋있어 보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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