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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주님 공현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06 조회수1,813 추천수9 반대(0)

 

서울에는 지하철이 잘 되어있습니다. 자동차를 타지 않아도 원하는 곳을 쉽고, 빠르게 갈 수 있습니다. 서울의 지하철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스크린 도어가 있습니다. 스크린 도어에는 아름다운 시와 글이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그곳에서 보았던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녹차

산봉우리 밀려오는 바다의 노래

마디게 자란 차나무 몸으로 스민다.

그것은 한잔의 물이 아니다.

그것은 파도이고

그것은 햇살이고

그것은 바람이고

그것은 나무의 눈물이며

그것은 나무의 혼이다.

붉은 구멍으로 들어가는 도반이여!”

 

매일 아침 차를 마시면서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으면서 한 잔의 차에도 큰 의미가 있음을 알았습니다. 내가 마시는 차에는 파도, 햇살, 바람이 함께 있었습니다. 나무의 눈물과 혼이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을 만나는 것은 어쩌면 태초부터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달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저의 생각, 저의 말, 저의 행동이 여러분에게 작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일어나 비추어라. 너의 빛이 왔다.’라고 하였습니다. ‘일어나 비추어라는 제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성서 말씀입니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124명의 순교자를 복자품에 올리기 위해서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셨고, 저는 교황 방한 준비 위원회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준비를 하면서 가장 먼저 정해야 했던 것은 교황님 방한의 주제였습니다. 주제에 따라서 준비하는 내용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준비를 했지만 교황님께서 주제를 정해 주셨는데 그것이 오늘 독서에 읽었던 일어나 비추어라.’였습니다. 순교자들은 목숨을 바쳐서 신앙을 지키고, 증언하였기 때문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복자품에 오르는 순교자들처럼 말과 행동으로 복음을 전하고, 증언하라는 교황님의 뜻이 담긴 성서 말씀이었습니다. 저는 영성, 신심분과에서 일을 하였습니다. 순교자들의 영성을 담아낸 자료집을 만들었고, 전 신자들이 함께 할 기도문을 만들었고, 영상물을 제작하였습니다. 준비과정에서 어려움은 있었지만 보람 있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별을 보고 예수님을 찾아온 동방박사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땅을 바라보았다면 예수님을 찾아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땅은 세상의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세상의 것에 관심이 많았던 헤로데와 신하들은 구세주 예수님의 탄생을 알 수 없었습니다. 관심도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았던 동방박사들은 멀리 있었지만 예수님의 탄생을 알 수 있었고, 먼 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아는 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직책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땅의 것들에 관심을 가진다면 예수님의 옆에 있어도 알 수 없습니다. 하늘의 것에 관심을 가진다면 아무리 멀리 있어도 예수님의 탄생을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뜻은, 하느님의 의로움은 바다 깊은 곳에도, 우주의 먼 곳에도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성서에 보면 주님께서 공적으로 드러나는 때가 3번 있습니다. 첫 번째는 오늘 축일로 지내는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동방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예물을 드리면서 드러납니다. 그 다음에는 주님의 세례 축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을 때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오면서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사랑하는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을 데리고 산에 올라가셨을 때입니다. 예수님께서 거룩하게 변모하시고 그때 세례 때와 같은 음성이 들려옵니다. ‘이는 내 사랑하는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바오로 사도는 오늘 에페소인들에게 보내 편지에서 하느님 나라의 상속자가 되는 것은 혈연이나, 능력, 학벌로 되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삶으로 증거하고, 신앙의 빛으로 비추어야 참된 상속자가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많은 성당과 교회는 성탄을 맞으면서 트리를 만들고 그 위에 예쁜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도시의 밤에 많은 십자가가 붉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십자가의 불을 밝히고, 트리의 전구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우리들의 신앙의 불을 밝히는 것, 희망의 빛을 비추는 것 그리고 사랑으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주님을 드러내는 주님께 경배하는 참된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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