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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비움이 모든 이의 채움으로 / 주님 공현 후 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08 조회수1,465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수님께서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 드리신 다음, 빵을 제자들에게 떼어 주시며 나누도록 하셨다. 물고기 두 마리도 모든 이에게 나누셨다. 그들은 모두 배불리 먹었다. 그리고 남은 빵 조각과 물고기를 모으니 열두 광주리에 가득히 찼다. 빵을 먹은 이들은 장정만도 오천 명이었다.’(마르 41-44 참조)

 

있을 수 없는 일로 동화에나 나옴 직하다. 그런데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 오천 명이 넘는 이가 적은 물고기와 빵으로 허기를 채운다. 기적의 이 음식을 먹은 이들이 너무 놀랐던 것일까? 도대체 이 이야기의 핵심은 어디에? 말할 것 없이 예수님 능력이다. 보잘것없는 것으로도 무려 수천 명을 먹이실 분이시라는 걸 알리려는데 있었다.

 

요지는 이렇다. 바닷가 풀밭이 깔린 너른 공터의 한적한 늦은 저녁나절에서 시작된다. 장정만도 오천 명이나 되었으니 모르긴 몰라도 아마도 수만 명이 모였으리라. 배도 조촐한 때라 먹을 걱정이었지만, 가진 것이라고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였다니 걱정도 도가 지나쳐 엄두도 못 낼 지경이었으리라. 예수님은 각자 무리 지어 자리 잡게 하셨다. 그곳에 모인 이가 배불리 먹고도 남은 게 열두 광주리에 가득하게 찼단다.

 

이게 오병이어(五餠二魚;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 관련된 기적의 내용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그 기적이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다들 고개만 젓는다. 이를 두고 기적이라나. 어쩜 기적 그 자체를 알려는 게 기적이다. 사실 기적 같은 그 기적을 굳이 알려 할 필요가 어디 있으랴만, 대략 추측은 할 수밖에 없을 게다.

 

기적의 시작은 함께 한 이가 오십 또는 백으로 떼 지어 자리 잡았다는 데 있다. 함께했다는 것은 알음알음 아는 이들로 자리 펼쳤을 게고, 그러다 보니 자연 아는 이들끼리의 공동체가 되었으리라. 따라서 자연 책임자가 나섰고 각자 가진 걸 죄다 풀었으리라. 예수님을 만나고자 한 그들이라 나름대로 먹을 것 등은 최소한도로 각자 준비 했을 게다. 이러니 각자 가진 걸 다 내놓고 나눠가면서 먹었을 수밖에. 예수님 설교를 귀 쫑긋하고 들으면서도 말씀에 경탄하면서 말이다. 이게 어쩜 그곳의 기적이 아니랴.

 

자기 것인 양 움켜진 것을 스스로 내놓는 비움의 기적, 그것으로 또 다른 그 무언가가 가득 차는 게 기적이다. 그들에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신다. ‘하찮은 것일지라도 나에게 맡겨라. 너희를 풍요롭게 할 것이다.’ 물고기 두 마리와 빵 다섯 개는 배고픈 어른에게도 시원찮으리라. 그렇지만 그것으로 수만이나 되는 이에게 큰 감동을 줬다.


비단 빵과 물고기라지만 먹음직스러운 것이 아닐 수도. 배고픈 어른 한 사람이 먹어도 시원찮은 분량이다. 그런데 예수님 손을 거치니 기적이 나타났다. 우리 역시 혼자만 갖고 있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주신 것으로 여기면 기적으로 바뀌리라. 아무리 작은 것도 그분 것으로 받아들이면 기적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어떤가? 어려움이 닥치면 무엇을 그리 걱정하는지? 오병이어 이 기적은 동화 이야기가 아니다. 청하고 기다리면 주님께서 어떻게든 이루신다는 가르침이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것도 그분께서는 영적 힘으로 변화시켜 돌려주신다. 그러니 작은 것이라도 그분께 봉헌해야 한다. 그것은 의당 우리가 잠시 보관한 후 되돌려드리는 거니까.

 

세상사 가장 어려운 건 옹졸하고 고집 센 이의 마음을 여는 것이리라. 오병이어를 마치 하늘에서 빵과 물고기가 펑펑 쏟아진 마술처럼 이해한다면, 그건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옛이야기에 불과하다. 이는 예수님 사랑의 마음을 체험한 이들 사이에 일어난 놀라운 나눔의 기적이다. 세상에 빵이 부족해서 지구 저편 이들과 북쪽의 친척 형제가 굶주림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자들처럼 이 핑계 저 핑계로 나눔을 주저하는 우리의 굳게 닫힌 마음때문일 게다. 오늘을 사는 우리가 예수님의 이 사랑 나눔을 실천한다면 이 기적은 오늘도 계속되리라. 예수님의 이 사랑 나눔으로 비움이 된 게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되레 모든 이의 채움이 되었단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오천 명,열 두 광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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