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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송봉모 신부님 /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9-01-12 조회수2,503 추천수5 반대(0) 신고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 ㅣ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헤로데가 베드로를 끌어내려고 하던 그 전날 밤, 베드로는 두 개의 쇠사슬에 묶인 채 두 군사 사이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문 앞에서는 파수병들이 감옥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더니 감방에 빛이 비치는 것이었다. 천사는 베드로의 옆구리를 두드려 깨우면서, "빨리 일어나라."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의 손에서 쇠사슬이 떨어져 나갔다. 천사가 베드로에게 "허리띠를 매고 신을 신어라." 하고 이르니 베드로가 그렇게 하였다. 천사가 또 베드로에게 "겉옷을 입고 나를 따라라." 하고 말하였다. (사도 12,6-8) 

 

  초대교회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 뒤 자신의 이름 다음에 아메림노스Amerimnos란 이름을 붙였다. 아메림노스란 '걱정하지 않는 자'란 뜻이다. 어떤 형제의 본명이 요셉이라면 아메림노스 요셉이라 불렸고, 어떤 자매의 본명이 마리아라면 아메림노스 마리아라 불려졌다. 이렇게 불림으로써 온갖 세상 풍파에서도 걱정에 짓눌리기보다는 내적으로 힘주시는 주님과 함께 하루하루 기쁘게 살려하였다. 우리가 지금 보는 본문은 베드로야말로 '걱정하지 않는 자' 곧 '베드로 아메림노스'임을 보여준다. 베드로 사도는 내일이면 죽임을 당할 터인데, 그 전날 밤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공포에 벌벌 떨며 한잠도 못자는 것이 아니라 깊은 잠에 빠져 있다.  

 

  베드로가 어떤 상태로 감옥 안에서 잠을 자고 있는지 눈여겨보라. 손목에는 쇠사슬이 채워져 있고, 그 쇠사슬은 옆에 있는 두 군인들과 연결되어 있다. 참으로 불편한 자세인데, 무엇보다도 날이 밝으면 목이 잘려 죽게 되는 상황인데, 그는 쿨쿨 잠들어 있다. 얼마나 깊이 잠들어 있는지, 나중에 천사가 그의 옆구리를 찔러 깨워야 할 정도였다. 어떤 사람은 베드로가 혈혈단신이기에 죽음 앞에서 이렇게 태평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베드로에게는 아내가 있고 가족이 있다. 바오로 사도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베드로 사도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하여 이곳저곳 돌아다녔을 때 아내와 함께 다녔다.(1코린 9,5) 처자식까지 있던 베드로 사도가 도대체 무엇을 믿고 있기에 이처럼 태연자약할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내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죽임을 당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금 이 순간에는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베드로 사도는 스승 예수님으로부터 지금 이 순간을 살라는 가르침을 들었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 베드로는 일상도日常道의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믿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함께하시며 돌보아주시는 생명의 하느님과 예수님을 믿고 있었기에 잠잘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걱정하는 자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돈 문제, 자식 문제, 배우자 문제, 사업 문제, 건강 문제 등 온갖 걱정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다. 왜 우리는 베드로 사도처럼 아메림노스가 되지 못하는가? 맡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모든 것을 맡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맡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베드로 아메림노스가 한 말이다. "여러분은 모든 근심을 그분께 맡기시오."(1베드 5,7) 우리도 베드로 사도처럼 생사의 주관자이신 그분께 모든 것을 내어맡기고 평화로운 마음을 누릴 수 있다. ●

 

예수회 후원회 / 이냐시오의 벗들 2019년 01월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송봉모 신부님,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아메림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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