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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웅렬신부(강생이란)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01 조회수1,407 추천수1 반대(0) 신고

 



강생이란

찬미예수님!

축하합니다.

특히 오늘 세례 받으실

11 분들 떨립니까?

살면서 지은 죄가 얼마였든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처럼

깨끗하게 태어날 것입니다.

여러분들, 배티성지 가보셨죠?

제가 2010년도에 부임해서

갔을 때만 해도 허허벌판에

아무 것도 없었죠.

감곡에서 고생하여 급한 불 끄고

좀 살만한데 주교님은

배티로 가라하셨죠.

아무튼 7년 동안 우리 교구에서

제일 큰 대성전이

그곳에 설립이 되었고요.

또 하나가 만든 것이

최양업신부님 박물관입니다.

원래 박물관하면 옛날 물건들을

유리 진열장에 놓고

지나가면서 보는 거죠.

아이들을 단체로 데려가 봐야

처음에는 보는 척하다가

휴대폰 가지고 게임을 하죠.

저는 12년 전 감곡에서

박물관은 살아있다.’라는

영화를 보고 공감을 많이 했었죠.

맞다. 앞으로 박물관은

뭔가 달라져야 된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세상에! 내가 배티가서

박물관을 짓게 될 줄을

어떻게 알았겠습니까?

한국에서 처음으로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들어보자.’

생각하고 지었습니다.

그래서 그 박물관에 들어가면

건물 전체가 예술입니다.

의자 하나도 많이 생각하고 만들었고,

홀로그램에서부터

모든 것이 움직입니다.

안 가신 분들은 궁금하죠?

가 보세요, 겉모양도 아주 아름답죠.

그 박물관 2층에 올라가면

의자가 2개 있어요.

교황님이 몇 년 전에 방한 때

꽃동네에도 오셨어요.

교황님이 앉으실 의자를

분도수도원에 주문을 해서

고급스럽게 준비해놓았죠.

그런데 꽃동네에 오신 교황님이

손사래를 치면서 그 의자에

안 앉으시는 것에요.

그리고 아무 의자나

가져오라하시고 식을 진행하셨어요.

이렇게 교황님이 가시고 난 다음에

의자가 두 개가 생긴 것에요.

원래 앉혀드리려고 했던 의자와

실제로 교황님이 앉으셨던 의자.

그것을 오 신부님이

꽃동네에 보관하고 있는데,

제가 뺏어다가 2층에다가 뒀어요.

그때 교황님이 이태리어로

말씀하신 것을 저는 들었어요.

저 의자는 나에게는

너무 큰 의자입니다,

저기 있는 작은 것 갖다 주세요.”

이것이 바로 강생의 의미입니다.

강생이 뭘까?

강생은 서양말로

인까르나시오(incarnatio)’.

(in)이라고 하는 것을

들어 오다는 뜻이고,

까르(car)는 살덩어리를 뜻해요.

하느님께서 이 살로

들어 오시다는 뜻이에요.

우리는 육화라고 그러죠.

몸이 되셨다.

, 언젠가는 썩어 없어질

몸뚱이로 변한 것이 바로 강생이에요.

여러 교구를 돌아다니다보니,

여러 교구 신부님들과

많이 얘기를 하게 됩니다.

신부님들끼리 만나면

누구 얘기를 제일 많이 할까요?

당연히 주교님 흉보는 거죠.

그런데 어느 교구는 주교님

흉 안 보고 늘 우리 주교님이

최고라고해요.

얘기를 들으면 이런 주교님과 사는

교구신자들은

정말 행복하겠다고 느껴져요.

성당 입구에 역대본당신부님들

사진들이 있죠?

그중에 나 주교님이라고

주교 되시기 전에 여기서

본당신부 하셨죠.

나 주교님은 워낙 소탈하셨고,

주교회의 갈 때도 늘 도시락

만들어 기차타고 가셨대요.

어느 본당 신부가 감기몸살로

앓고 있다고 하면,

그 주교님은 밤에 찾아 가신대요.

밤새 물수건 짜가지고

그 아들 같은 신부머리에

얹혀주시고 병간호를 하신대요.

그리고 미사 걱정 말라고,

내가 미사 한다고.

주교님이 미사를

집전해 주시는 것에요.

그런 주교 밑에서

어느 신부가 목숨 안 바쳐서

충성 안 하겠어요?

그 주교님은 은퇴하신 다음에

고향에 가셔서 올해 94살이세요.

아마 그러실 것에요.

혹시 그 주교님이

본당신부 하실 때 본당 신자로

사신 분이 계신지 모르겠지만,

정말 훌륭한 주교님이세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 주셨지요.

이게 바로 강생이에요.

낮아지는 것. 밑으로 내려오는 것.

내가 있는 곳까지 올라오라

하는 것이 아니라 눈높이 사랑으로

내가 내려가는 것이죠.

옛날부터는 자식은 아비를

잘 만나야 된다는 말이 있죠.

제가 인천 교구에 피정을 가면

항상 그 교구신부들은

얼마나 밝은지 몰라요.

그 주교님에 대한

프라이드(pride)가 대단해요.

그런 주교님이

아버지로 계신다고 그런다면

얼마나 행복한 사제들이겠습니까?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주시는

주교님입니다.

교황님이 오셨을 때 한국주교님들이

공황에 영접을 나가겠죠?

구두도 잘 닦고,

제일 멋있는 보석이 달린

십자가도 걸고 교황님을 맞았죠.

교황님이 오시어 땅에 친구하고

주교님과 악수 하는데,

주교님들이 고개를 못드셨대요.

옷도 낡은 옷,

십자가도 옛날 아르헨티나에서

주교서품 때 한 쇠로 된 십자가!

, 교황님은 지금도

정기적으로 노숙자들과

아침식사를 하신다고 해요.

노숙자들 샤워시설까지

준비해 주시는,

착하시기만 한 그분이

정의로운 면이 없느냐?

아니죠. 정말 정의로울 땐

무서우시죠.

마피아와의 전쟁을

선포하신 분 아닙니까?

오랫동안 로마 바티칸 은행은

마피아들이 돈세탁하던 곳이었어요.

거기에 신부도 연류 되어 있고,

주교도 연류 되어 있고.

영화로도 나온 것도 있었죠.

교황 되시자마자 그 신부와

주교를 모두 쫒아내셨죠.

그리고 마피아들한테

이 거룩한 곳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하셨죠.

마피아들은 마음만 먹으면

암살도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니

주위에서 말렸죠,

하지만 상관없다고 하셨죠.

아르헨티나 주교하실 때부터 그랬어요.

그때도 마피아와 싸웠거든요.

외유내강 형이죠.

정말 부드럽고 자상한 분이었지만

불의 앞에서는 굽히지 않았어요.

강생의 의미는 선하고

착하다는 의미만 아니라

정의로움이라는 의미도 포함해요.

예수님은 우리를 무한히

사랑하고 병자를 고쳐주는 것만이

아니라 의노도 보이셨지요.

하느님과 인간을 말살시키는

조직이나 사상 앞에서 예수님께

타협이라는 것이 없었죠.

몸 안으로 들어오셔서

사람이 되셨다고 하는

그 의미는 바른 그거에요.

지금 얘기한 어느 주교님의 모습,

또 교황님이 보여줬던 모습은

강생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저 높은 자리에서

얘들아, 내가 있는 이곳이 천국이란다.

얼마나 여기 좋은지 몰라!

나 있는 데까지 올라오렴.’

하고 말만 한 마디 툭 던졌다면

올라갈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래서 삼위일체 하느님 가운데

2위인 성자께서 직접

이 땅에 내려오셔서

우리처럼 같이 시궁창에 빠지시어,

시궁창에 빠져 미끄러지고 못 나가는

우리들 허리춤을 잡고 팔짱을 끼고

같이 범벅이 되어 우리를 끌고

올라오시는 것이 바로 강생입니다.

눈높이 사랑입니다.

강생은 내려오는 것입니다.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전국 127

교우촌 방문을 위하여

1년에 7천리를 걸어 다니셨대요.

서울에서 부산까지가 천리니,

7천리면 서울-부산 왕복

세 번 반이 되는 거리죠.

이렇게 116개월을

걸어 다니시다가 촛불이 마지막

제 살을 태우고 스르르 꺼지듯이

주교님께 사목보고 하러 가는 길에

너무 힘들어 길가에 잠깐 쉬었다가

가려다가 앉은 채로 돌아가셨어요.

기력이 다 빠진 것에요.

최양업 신부님을 지켜봤던

외국인 신부님들에 의하면

최 신부님은 한 달에 3

이상을 자 보신 적이 없대요.

?

전국 곳곳에서

신부님 언제 오십니까?

영세 받을 아이들이 줄을 서 있어요.’

이 늙은이 죽기 전에

병자성사 좀 주세요.’

지금처럼 봉고차를 타고

다니던 시절도 아니었죠.

포졸들이 검문하니 낮에는 못 걷고,

밤에만 산길을 지도에도 없는 길을

116개월 동안 9만 리 길을

걷다가 돌아가신 분이에요.

이게 바로 강생의 의미에요.

낮아지는 것. 양들 쪽으로 내려오는 것.

배태 안 가 보신 분들은 꼭 가 보세요.

거기 가셔서 느껴 보세요.

내려온다는 것은,

강생이라는 것은

바보가 되는 겁니다.

우리 주님이 큰 바보였듯이

바보처럼 사는 겁니다.

우리 본당에 바보들이 많을수록

이 본당은 예수님을 닮아가는

본당이 될 겁니다.

그러나 예수님 보다

똑똑한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분열만 일어날 겁니다.

내려온다는 강생은

걸레가 되는 겁니다.

우리 주님이 큰 걸레처럼

세상의 더러운 죄를 다 닦아주시고

묵묵히 계시듯이,

우리도 주님 닮은 작은 걸레가 되어

몸과 마음으로 주변 닦아주어야 돼요.

놀랍게도 세상 걸레는 쓰면

더러워지지만, 하느님의 걸레는

오히려 더 깨끗해져요.

이게 신비에요.

내려온다고 하는 뜻은

연탄불이 되어 시커먼 놈에

불을 붙인다는 뜻입니다.

시커먼 놈 밑으로 내려가야지

위로 올라가면 불기가 있는

놈마저 꺼져요.

내려가서 불구멍을

잘 맞추는 것이

바로 강생의 뜻입니다.

크리스천의 3대 영성을 사는 것이

바로 강생의 의미입니다.

바보가 되고 걸레가 되고

연탄불이 되어서 내려가는

거룩한 삶을 살도록 애씁시다. 아멘.

2018년 주님성탄대축일미사

(12/25 서운동성당)

-김웅열(느티나무)신부님 강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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