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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와 응답 / 송봉모 신부님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05 조회수1,859 추천수4 반대(0) 신고

청원기도와 기도의 응답

 

베드로는 마르코라고 하는 요한의 어머니의 집으로 갔다. 거기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기도하고 있었다. 베드로가 현관의 문을 두드리자 로데라는 여종이 맞으러 나왔다가 베드로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너무 기뻐서 현관문도 열어 주지 않고 안으로 달려가 베드로가 현관 앞에 서 있다고 알렸다. 그러자 사람들은 여종에게 "너 미쳤구나!" 하고 말했다. 그러나 여종이 사실 그렇다고 우기니 그들은 "베드로의 천사겠지" 하였다. (사도 12,12-15)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자유의 몸이 된 베드로는 곧장 마리아의 집으로 간다. 마리아는 요한의 어머니다. 요한은 일명 마르코라고도 불렸는데, 이 마르코가 바로 마르코 복음서를 작성한 사람이다. 마르코의 아버지가 언급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버지는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베드로가 감옥에서 나온 다음 곧바로 마리아의 집으로 갔다는 것은 그곳이 예루살렘 신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모임 장소임을 알려준다. 마리아의 집은 신자들이 모여서 기도할 만큼 큰 집이었다. 위 본문에서도 그 집의 크기를 알려주는 내용들이 있다. 베드로가 문을 두드렸던 바깥 현관, 다시 말해 입구와 사람들이 모여 있던 본채 사이는 떨어져 있었다. 아마도 입구와 본채 사이에는 안뜰이 있었을 것이다. 

 

  신자들은 한밤중임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곧 철야기도를 하고 있었다. 베드로가 현관문을 두드리자, 그들은 헤로데 아그리파스의 병사들이 자기들을 붙잡으러 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로데라는 하녀가 밖으로 나가 문을 여는 동안, 그들은 마음을 졸이며 숨죽였을 것이다. 로데는 밖에서 문을 두들기는 사람의 목소리가 베드로의 목소리란 것을 알게 되고는, 그가 살아서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뻐서, 베드로를 안으로 들어놓는 것을 깜빡한 채, 안으로 달려 들어가 사람들에게 베드로가 왔다고 외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로데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로데는 베드로가 정말로 대문 밖에 와 있다고 우겼는데, 여기서 '우겼다'란 동사는 계속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시제로 되어 있다. 로데가 하도 강하게 사실이라고 우기니까, 그들은 생각을 조금 바꿔서, 로데가 '베드로를 지켜주는 천사를 보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은 예루살렘의 신자들이 베드로가 죽은 것으로 간주했음을 알게 해 준다. 유다인들은 수호천사가 그가 돌보는 사람과 같은 모습을 갖고 있다고 믿었고, 또 돌보던 사람이 죽으면 그 천사가 7일 동안 여기저기 나타난다고 믿었다. 

 

  우리가 이 사건에서 영성적으로 배울 수 있는 가르침이 하나 있다. 예루살렘 성도들은 베드로가 감옥에서 나올 수 있게 해 달라고 철야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베드로가 살아서 그들에게 왔을 때 그들은 믿지 못하였다.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면서도 기도 응답을 확신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또한 예루살렘 성도들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뭔가를 청하면서도 막연히 청할 뿐 정말로 그 청이 응답될 것임을 확신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어느 농촌 마음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뭄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신자들이 모여서 공동 청원기도를 하기로 하였다. 하느님께서 비를 내려주기를 간절히 청하는 기도회였다. 그러나 그날 우산을 들고 기도회에 참석한 사람은 열한 살짜리 소녀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만이 기도회가 끝나면 하느님께서 비를 내려주실 것이라 믿었기에 우산을 갖고 왔던 것이다. ●

 

* 출처 : 예수회 후원회 '이냐시오의 벗들' 2019년 2월  

송봉모 토마스 모어 신부 ㅣ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기도와 응답, 송봉모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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