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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장재봉 신부님의 책 중에서 레위기
작성자이정임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06 조회수1,632 추천수2 반대(0) 신고

레위기  


말씀 온돌에서 아흐레 지지기 

장재봉 신부님

 

 

 

  레위기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지켜야 할 규례가 상세히 나와 있습니다. 너무 상세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 수도 있는데요. 독방에서 아무도 모르게 슬슬 눈이 감겨오는 중에라도 찬물에 얼굴 한 번 씻으시고 꼭 눈여겨 읽을 부분이 있어서 짚어드리려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죄를 지은 인간이 속죄 제물을 바칠 때 매우 특별한 명령을 주고 계십니다(레위 4,32 참조).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바칠 제사 예물의 수와 정량까지도 소상히 일러주십니다. 이를테면 짐승을 바치더라도 암수를 구별하고 나이까지 정해주시지요. 물론 모든 제물의 공통점으로 흠이 없는 짐승이라는 점은 한결같습니다.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자신의 잘못을 대속하기 위해 바치는 속죄 제물의 특이한 부분입니다. "자기가 저지른 조를 깨닫는 대로, 그 죄를 용서받기 위하여 흠 없는 암염소 한 마리를 예물로 ……"라시고 "속죄 제물로 양을 바치려면, 흠 없는 암컷을 끌고 와서"라고 말씀하시며 유독 '암컷'을 강조하십니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백성들이 자신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서 바치는 제물은 다른 무엇보다 가장 귀한 것, 소중한 것이어야 한다고 하느님께서 일깨워주심을 깨닫게 됩니다. 사실 짐승은 수컷보다 암컷이 훨씬 귀하게 여겨지니 말입니다. 수컷 열 마리보다 새끼 낳고 또 낳을 수 있는 암컷 한 마리가 훨씬 귀하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테지요. 이렇게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들에게 굳이 암컷을 요구하시면서 자신에게 귀한 암컷을 바치는 행위를 통해서, 진정으로 자신보다 주님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을 증명하기를 원하신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번제와 화목제를 비롯한 수많은 절기 제물은 모두 수컷을 허락해 주십니다. 주님께서는 당신께 봉헌하는 행위로 우리 살림이 거덜 나거나 옹색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신다는 것을 엿볼 수 있어 맘이 뭉클해집니다. 세밀한 레위기 읽기는 이렇게 하느님의 배려가 얼마나 자상하고 소상히 느끼도록 합니다. 성경을 읽다가 그분 사랑에 눈시울이 젖고 성경을 읽으면서 온몸에 전율이 일어나서 먹먹해지는 감동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니까요.

 

  따지지 않고 그분을 위해서 봉헌해 드린 나의 암컷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를 바랍니다. 가장 아끼는 그것, 제일 귀한 그것을 바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도 좋을 것입니다. 


  사랑은 제일 좋은 것을 상대에게 주도록 합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제일 좋은 것을 골라 주어도 하나도 아깝지 않은 법입니다. 사랑할 때 우리는 내가 아끼고 소중하게 여기는 그것을 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니까요. 


  레위기가 전하는 하느님의 명령은 사랑이 지닌 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주님께서 실천하라고 명하신 사랑이란 결코 좋고 향기롭고 고상하고 우아하며 기쁘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느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거룩하지 않은 모든 것들과 단절해야 하는 모진 각오와 아픔이 따를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대로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베풀어야 할 관용과 내어주어야 할 희생 또한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상대를 감싸주는 손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레위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일러주시는 요점입니다. 


  주님께서 이르신 사랑은 결코 우리가 지닌 감성의 영역이 아니라 실천하고 행동하는 생생한 삶이라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레위기를 통한 배움이 우리 삶에 아름다운 빛으로 작용하리라 믿습니다. ●


* 출처 : 장재봉 신부님의 책 「말씀 온돌에서 아흐레 지지기」29-32쪽에서 발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장재봉 신부님, 말슴 온돌에서 아흐레 지지기, 레위기, 속죄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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