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07 조회수2,366 추천수15 반대(0)

 

행복했고, 보람 있었던 달라스에서의 시간을 뒤로하고 오늘 한국으로 갑니다. 행복은 어디에 있느냐로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행복은 어떻게 사느냐로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구상 시인은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그 자리가 사실은 꽃자리입니다.” 불평과 원망이 있다면, 시기와 질투가 있다면, 욕심과 교만이 있다면 그 자리는 가시방석의 자리가 될 것입니다. 감사와 겸손이 있다면, 친절과 온유가 있다면, 나눔과 희생이 있다면 그 자리가 꽃자리입니다. 미사와 성사 안에서 함께 있었기 때문에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주는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았기 때문에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동창 신부님이 피정과 휴가를 잘 마치고 돌아왔고, 저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어서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지난주에 교구는 인사이동을 발표하였습니다. 200여명 이상의 사제들이 새로운 곳으로 떠날 것입니다. 정들었던 곳을 떠나는 것은 아쉬움입니다. 새로운 곳으로 향하는 것은 긴장과 설렘입니다. 이것은 모든 사제들이 받아들여야하는 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 복음 말씀에서 들었던 것처럼 어떻게 사느냐 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꽃자리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셨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사제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복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사제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말씀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시대의 징표를 알아야 합니다.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영적으로 강해야 합니다. 영적인 힘은 기도에서 시작합니다. 사제는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서 겸손해야 합니다. 선포한 말씀을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것을 충실하게 실행한다면 사제가 있는 자리는 꽃자리가 될 것입니다. 물질 만능주의, 자본 만능주의, 개인 만능주의라는 마귀를 쫓아내야 합니다. 모두가 그곳을 향해서 가기에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가난의 영성을 살아야 합니다. 2000년 교회를 이끌어 온 것은 화려한 성전과 법이 아닙니다. 가난을 실천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영성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사제 서품 28년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새 사제들에게 무슨 말을 해 줄까 생각해 봅니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목을 하면 좋겠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몸이 불편하셔서 일을 많이 못하시면 할 일이 많아진 것을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엄격하셔서 생활이 불편하면 사목을 제대로 배우는 것으로 여기며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자유로우셔서 모든 것을 맡기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음에 감사드리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모든 일들에서 감사할 것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감사드리면 감사할 일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주어진 사목에 성실했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아침 지하철에 몸을 맡기며 출근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추운 겨울에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물건을 파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가족들 생각에 모욕을 참아내며,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매는 이들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고민하고, 세상 사람들이 연구하고, 세상 사람들이 일하는 것 이상으로 사목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면 감동하고, 감동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마음을 움직이게 되고, 마음을 움직이면 사목의 결실이 맺어지기 마련입니다. 태산이 높아도 오르면 못 오를 것이 없습니다.

겸손하면 좋겠습니다. 주변에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서 배울 것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책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익히면 좋겠습니다. 특히 어른들에게 예의를 다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었지만 제자들과 함께 하셨습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었지만 섬기는 삶을 사셨습니다. 겸손한 사제는 부족한 것들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채울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주님의 마음을 닮아야 합니다.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신학교에서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함께 기도 합니다. 낮에도 양심성찰 시간을 갖습니다. 저녁에는 묵주기도를 하고, 저녁기도를 함께 합니다. 성체조배를 하고, 영성훈화를 듣습니다. 이제 본당에 가면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합니다. 매일 기도하는 사제는 뿌리 깊은 나무와 같아서 고난의 바람이 불어도, 시련의 아픔이 와도 능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샘이 깊은 물과 같아서 신자분들에게 깊은 영성의 물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

 

28년 동안 제가 제대로 못한 것을 이야기 하려니 부끄럽습니다. 앞으로 남은 날들을 저부터 그렇게 살고 싶어서 후배들에게 하는 덕담을 빌어서 다짐해 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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