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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SDB(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처럼 겸손해져야 합니다!)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0 조회수1,324 추천수7 반대(0) 신고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처럼 겸손해져야 합니다!

낚시가 유난히 안 될 때가 있습니다.

그때가 언젠지 아십니까?

기대감이 너무 클 때입니다.

언젠가 명절 전에 낚시를 갔습니다.

큼지막한 대어들을 원없이 잡아,

이집 저집 제삿상 차림에

힘을 보태겠노라는 강한 의지를 지니고

초집중을 했지만,

끝끝내 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한번은 형제들에게 싱싱한 활어회를

즉석에서 원없이 먹게 해주겠다고

큰 소리를 뻥뻥치며 포인트로 갔었습니다.

도마랑 회칼, 초장이랑 야채,

소주까지 몇병 챙겨서 갔습니다.

냄비랑, 버너랑, 양파, , 마늘, 풋고추,

고춧가루, 소금 등, 매운탕꺼리도

완벽하게 준비해갔습니다.

형제들은 다들 제 낚시대 끝만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끝끝내 꽝이었습니다.아무런

조과도 없이 허탈한 마음으로

되돌아올 때의 기분은

참혹함 그 자체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시몬과 다른 동료들도

밤 고기 잡이를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고기 좀 원없이 잡아서

가족들 앞에 얼굴 한번 세워보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결과는? 너무나 기대가 컸던지

완전 꽝이었습니다.

얼마나 맥이 빠졌던지 시몬은

이렇게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루카 복음 55)

이런 상태에서 예수님께서 던지는

한 말씀은 특별합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루카 복음 54)

나름 프로였던 시몬에게

예수님의 지시는 참으로

어이없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시몬은 어린 시절부터

갈릴래아 호수에서 잔뼈가

굵어온 전문직 어부였습니다.

고기잡이만큼은 인근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부와는 전혀 무관한

직종인 목수 출신 예수님께서,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리라니,

속으로 코웃음을 쳤을 것입니다.

안 그래도 온종일 허탕을 쳐서

허탈해있는데, 어떤 사람이 다가와

바로 옆에 쪼그리고 앉습니다.

담배를 한 대 꼬나물고서는 묻습니다.

많이 잡았어요?”

그러면서 허락도 없이 텅텅

빈 남의 빈 어망을 들쳐봅니다.

그리고는 한심하다는 듯이 씩 웃습니다.

이어서 전문가라도 되는 듯이

미끼를 바꿔 보라는 둥,

저쪽이 더 낫다는 둥,

사설을 늘어놓기 시작합니다.

정말이지 기분이 거시기해지는 순간입니다.

꾼들은 각자 나름대로 자기만의

노하우가 있습니다.

또한 자기 방식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합니다.

누군가가 훈수를 두면 은근슬쩍

기분이 상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내가 이 분야에는 최고인데,

나처럼 갈릴래아 호수 구석구석,

포인트를 잘 아는 사람은 없을텐데...

하는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베드로 사도는 즉시

마음을 바꾸어 순명합니다.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루카 복음 55)

꽤나 의아하고 특별한 예수님의

단호한 명령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제 새 하늘 새 땅이 도래했으니,

지금까지 시몬이 고수해왔던

기존의 낡은 인생관이나 가치관,

고리타분한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을

모두 등 뒤로 던져 버리라는 권고입니다.

새로운 포도주이신 예수님을

받아 들이기 위해 말끔히 자신을

비워내라는 당부입니다.

주님의 사도로 거듭나기 위해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처럼

겸손해지라는 부탁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SDB)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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