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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웅렬신부(영혼의 때)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2 조회수1,439 추천수2 반대(0) 신고

 


영혼의 때

찬미예수님!

2018년도 마지막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고생 많으셨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무엇보다 한 해 무탈하게 생명 주셔

한 해의 끝을 보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1년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그냥 영혼 없이 대답하시지 마시고

무엇이 여러분을 행복하게 했는지

살펴보셔야 됩니다.

여러분 저한테 한 번 물어보시겠습니까?

신부님, 행복하셨습니까?”

어떤 답을 원하십니까?

당연히 행복했죠.”

답을 원하시고 물어보셨을 겁니다.

제 입에서 , 행복했습니다.”

라는 말이 나온다면 여러분들이 보기에

신부님은 이런 것 때문에

행복했었을 것 같아.’

하며 떠오른 것 있습니까?

뭐가 있을까요?

비단 올해뿐 아니라

사제생활 35년을 되돌아보면

행복한 환경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어찌 보면 저의 행복보다는

교회의 행복과 신자들의 행복을 위해서

책임감 때문에 살아온 35년이

아니었는가 생각합니다.

행복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보면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 사제관에서

유리창 밖 세차장에서 뿌리는 먼지와

소음 때문에 유리창도 못 열고 사는

감옥 같은 삶이 뭐가 행복하겠습니까?

먼지 때문에 목은 늘 잠겨있고

쳇바퀴 돌 듯 사는 삶의 연속인

환경을 보고 행복하게 산다고 한다면

저는 행복하게 살지 않았죠.

그러나 미사 끝에 항상

미사가 끝났으니 가서 기쁘게 삽시다.’

로 끝내죠.

어쩌면 그 얘기는 여러분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입니다.

행복한 여건이 되어 있기 때문에

행복한 게 아니라

기쁘게 살다 보면 행복해져요.

기쁜 환경이기에 웃음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억지라도

웃으려고 애를 쓰면 기뻐져요.

우리가 원하는 행복의 조건이

이 세상 살면서 채워지겠습니까?

충분히 행복한 환경이 되면

난 기쁠 수 있어.’하면 죽을 때까지

기쁘게 못 살 겁니다.

그러나 어두운 쪽 보지 말고

주님께서 주신 축복,

은총을 생각하면 행복해지는 거죠.

웃다보면 기뻐지는 거죠.

기쁜 일이 있으면 그 다음에

웃겠다는 것은 천만의 말씀!

기쁜 일이 얼마나 생기겠습니까?

2018년도 한 해를

뒤돌아보면 행복합니다.’

영혼 없이 행복하다고 하지 말고,

정말 올 한 해 동안

기쁘게 사려고 애썼던가?

충분히 감사할 상황이 되면

감사하겠다.’ 이렇게 살았는가?

제가 늘 하는 말이지만 아니면

미리 댕겨서 감사하고 살았는가?

기쁠 건더기가 없어도 나에게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보며

기쁘고자 애를 썼는가?

어제 송년미사 강론 준비하는 데

참 안 되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송년미사를 해야 되는데

실타래를 못 잡겠는 것에요.

제목은 잡았어요. ‘영혼의 때’.

강론 준비를 다 하고

제목을 쓸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반대로 제목,

주제부터 정해 놓고 살을 붙여나가요.

어제는 올 한 해 동안

영혼에 붙어 있는 때에 대해서

생각 좀 해 보자.

그런데 살이 안 붙어요.

끙끙거리다가 책상 앞에 놓여있는

성경을 아무 데나 넘겼어요.

넘겼더니 요한 1215절이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읽어보기 그게 가슴에 꽂혀요.

이제 살을 붙일 것을 주시는구나.’

여러분은 세상이나

세속에 속한 것을 사랑하지 마십시오.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음 속에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육의 욕망, 눈의 욕망,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세상에서 나온 겁니다.

세상도 가고 세상의 정욕도 가고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사람은

영원히 살 것입니다.’

이 이야기를 여러 번 읽으면서

묵상했습니다.

여러분이 들은 요한 1

215절은 세상 자체를

죄로 단죄하는 것은 아니었죠?

중요한 것은 하느님보다 세상을

사랑하고 세상과 타협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적이었습니다.

벗겨내야 할 때를 크게 세 가지로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육의 욕망,

두 번째는 눈의 욕망,

세 번째는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

특이합니다.

첫 번째는 육신의 욕망.

육신의 욕망은 얼핏 생각하면

성적인 죄악을 뜻할 수도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닐 겁니다.

절제 안 된 성욕이라든지

음란한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 육욕에 대한 죄만 아니라

훨씬 넓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육의 욕망에 대한 포인트는

본능대로 살은 적은 없었던가?

올 일 년 동안 내 본능이 지시하는

대로만 살려고 한 적은 없었던가?

내 몸의 감각이 이끄는 대로만

살아온 일 년이 아니었던가?

몸이 가자는 대로만 살았을 때는

육신의 욕망이라는 영혼의 때가

분명히 끼어있을 겁니다.

그게 구체적으로 과연 뭘까 하고

내 자신을 되돌아보았습니다.

첫 번째, 음식을 절제 못하고 살았던 것.

두 번째, 게으름에 빠졌던 적도 많았어요.

세 번째, 낭비가 심했던 것.

네 번째, 몸으로 봉사하지 않고

입으로만 봉사하려고 했던 것.

다섯 번째, 하느님보다 내 몸뚱이를

더 소중히 여기고 살았던 것.

그 다음에 남에게 피해를 입히면서도

가책을 못 느끼고 살았던 것.

사욕을 채우기 위해 남의 입장을

존중하지 않았던 것.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이

곤궁에 빠져있을 때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스럽게 지냈다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육신의 욕망에서

나오는 영혼의 때가 아닐까

묵상을 했습니다.

한마디로 몸이 시키는 대로 사는 사람,

본능에 충실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지난 한 해 내 몸이 이끄는 대로만

살았다면 그 영혼에 묻은 때를

이 미사 때 지웁시다.

두 번째로는 눈의 욕망이라고 나옵니다.

우리는 늘 보이는 것에

무너질 때가 많습니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우리는

무릎을 꿇는 때가 많습니다.

무엇이든 보면 소유하고 싶고

얻고 나면 그것을 사람들 앞에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

행복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복을 어떤 물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

올 한 해 여러분의 눈은

어떤 것을 보고 사셨습니까?

눈은 볼 뿐이고 눈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입니다.

마음이 눈을 지배하지 못하면

망막에 맺한 그림만을 보고

하루하루를 살을 뿐일 겁니다.

천상하늘을 바라보며 하느님을

그리워하고 살았는지,

일 년 내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만 보고 내 영혼을

더럽히고 살지는 않았던가

생각해봐야 될 순간입니다.

눈이 주는 욕망의 때가 있습니다.

그 때를 지워내야 됩니다.

새해로 넘어가는 그 시간만큼은

세상의 찌들은 그 눈이

깨끗이 청소되어서 맑은 눈으로

새해를 맞읍시다.

마지막 세 번째는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심이라고 나옵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묵상을 했는데 허풍을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난 체하는 이기심을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공허한 자랑을 뜻합니다.

일 년 내내 허풍 속에 산 사람들은

거짓말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불감증에 걸립니다.

허풍장이는 늘 거짓을 얘기합니다.

또 거짓 속에 사는 사람은 절대로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일 년 내내, 그 다음 해에도

거짓 인생이 되풀이 될 뿐입니다.

비참한 인생이 됩니다.

여러분 각자에게 해당되는

벗겨내야 될 영혼의 때가 있다면

오늘 깨끗이 씻고

새해를 맞이하도록 합시다. 아멘.

(2018년 송년미사(12/31) 서운동성당

-김웅열(느티나무)신부님 강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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