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5 조회수2,841 추천수16 반대(0)

 

예전에 한석규와 전도연이 주연으로 출연했던 접속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잔잔한 멜로디의 음악도 좋았고, 한국에 처음으로 등장한 컴퓨터 통신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저도 천리안이라는 컴퓨터 통신을 통해서 가톨릭 동호회에 가입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였지만 컴퓨터라는 공간을 통해서 서로의 생각과 서로의 감정을 나누었던 추억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많은 동호회가 있었습니다. ‘같은 띠 동호회, 독서 동호회, 마라톤 동호회, 스킨 스쿠버 동호회, 등산 동호회, 종교 동호회와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멀리 떨어져 있기에 주로 컴퓨터라는 공간에서 만났지만 가끔은 정기모임을 갖기도 했습니다. 컴퓨터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만나는 것도, 좋았지만 눈에 보이는 현실의 공간에서 만나는 것도 좋았습니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시샵이 있었습니다. 시샵은 회원의 가입과 탈퇴를 정하는 권한이 있었습니다. 시샵은 동호회의 정신과 상관이 없는 글을 삭제할 수도 있었고, 동호회의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을 제명할 수도 있었습니다. 가상의 공간이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고, 남의 명예를 훼손할 수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샵은 문제를 바로잡는 역할도 하지만, 동호회의 발전과 명예를 위해 헌신한 사람에게 격려와 칭찬을 할 수도 있었습니다. 좋은 글을 소개하기도 하고, 회원들의 모범적인 활동을 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바이러스가 생기는 것을 막아내고, 다른 동호회의 간섭도 막아야 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우리는 에덴동산이라는 공간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동체의 규칙을 어긴 사건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며 공동체의 정신을 훼손하는 악성 글이 올라왔습니다. 하느님의 질서를 벗어나는 바이러스가 들어왔습니다. 아직 에덴동산의 시샵인 하느님께서 어떤 결정을 내리시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관심을 가지고 하느님의 결정을 지켜보면 좋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열려라라는 말씀으로 귀가 먹고, 말을 더듬는 사람의 병을 고쳐 주셨습니다. 들리지 않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가족과 이웃과 소통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나누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귀가 열리고, 입이 열린 사람은 이제 더 빠르고,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귀와 입이 열린 사람은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고, 감사의 마음을 이웃에게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말을 합니다. 어떤 말은 용기와 힘을 주기도 하고, 어떤 말은 분위기를 싸늘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친구와 여행을 했을 때입니다. 친구는 버스에다 스마트 폰을 놓고 내렸습니다. 저는 그 친구를 위로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스마트 폰 다시 사면 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스마트 폰을 버스에 놓고 왔던 친구에게 정말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은 다른 말도 있었을 것입니다. ‘스마트 폰을 잃어버렸으니 속상하겠다. 스마트 폰을 다시 찾을 방법을 찾아보자.’ 이렇게 말을 할 수도 있었는데, 단순하게 돈 주고 다시 사면된다고 말을 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운전기사가 연락하였습니다. 버스를 청소하다가 스마트 폰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오면 그편에 보내 주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찾아오는 많은 병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하십니다. ‘에파타이 말씀은 열려라!’라는 뜻입니다. 어둠 속에 빛을 보여주는 말씀입니다. 절망 중에 희망을 주는 말씀입니다. 고독한 이들에게 위로를 주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말씀으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말씀으로 세상을 창조하셨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살리는 이야기, 희망을 주는 이야기, 위로를 주는 이야기,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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