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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친절하고 자상하신 하느님!)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5 조회수1,427 추천수5 반대(0) 신고

 



친절하고 자상하신 하느님!

귀먹고 말더듬는 이를 친절하고

자상하게 치유해 주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묵상해보니

참으로 눈물겹고 은혜롭습니다.

하느님께서 한없이 당신을 낮추셔서

우리 인간 세상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 감개무량한 일인데,

그 하느님께서 이런 저런 장애로

힘겨워하는 우리 가까이 다가오셨습니다.

우리 눈앞에 딱 서셨습니다.

그리고 작동이 멈춘 우리 귀에

친히 당신 고귀한 손가락을 집어넣으십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 손가락에 침을 발라

우리 혀에 갖다 대십니다.

거룩하시고 순결하신 하느님께서 죄인이요

상처 투성이인 우리 인간과

직접 접촉하신 것입니다.

귀먹고 말더듬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상당히 곤혹스런 일이었습니다.

지고지순하신 하느님께서 당신의 고귀하고

순결한 손가락을 지저분한 자신의 귀속에

직접 넣으시니,

참으로 죄송스럽고 부끄러웠을 것입니다.

거기다가 손가락에 당신 침까지 바르셔서

자신의 혀에 갖다 대시니,

그야말로 황공무지로소이다.’였습니다.

너무나 황송하고 또 황홀했을 것입니다.

예수님의 따뜻하고 친밀한 제스처 앞에

눈물이 앞을 가렸을 것입니다.

은혜롭고 과분하게도

오늘도 우리 주님께서는 저 높은 하늘 저편,

다른 세상에 좌정하시며 우리 죄인들과

분리되어 거룩히 계시지 않습니다.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우리들 사이로 내려오십니다.

우리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우리의 입과 목구멍을 타고 우리 내면

깊숙히 심장 안으로 들어오십니다.

바로 영성체를 통해서!

거룩하고 자비로운 하느님과

한없는 죄인인 우리가 만나는

참으로 놀랍고도 위대한 순간입니다.

하느님께서 한껏 자세를 낮추셔서

우리를 찾아오셨으니,

우리도 자세를 잔뜩 낮춰야겠습니다.

세상 속의 성체,

세상 안의 그리스도이신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웃들을 찾아나서야겠습니다.

오늘은 109년전인 1910년 안중근 의사께서

사형선고를 받으신 날입니다.

조선침탈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체포된 안중근 의사는 사형 선고 앞에서도

너무나 당당하고 의연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런 당당함과 의연함 뒤에

훌륭한 어머님이 계시더군요.

조 마리아 여사!

옥중에 있는 아들에게 보내셨던

어머니의 편지는 정말이지 감동적입니다.

눈물 없이 읽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옳은 일을 하고 받은 형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고,

떳떳하게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살려고 몸부림하는 인상을 남기지 말고,

의연히 목숨을 버리거라.

너의 죽음은 너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항소를 한다면 그것은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는 짓이다.

네가 나라를 위해 이에 이른즉

맘 먹지 말고 죽으라.

대의에 죽는 것이 어미에 대한 효도이다.

아마도 이 편지는 이 어미가 너에게 쓰는

마지막 편지가 될 것이다.

여기에 너의 수의를 지어 보내니,

이 옷을 입고 가거라.

어미는 현세에서 너와 재회하기를 기대치 않으니,

다음 세상에는 반드시 선량한 천부(天父)

아들이 되어 이 세상에 나오너라.”

어머니의 편지를 읽다보니,

세계 역사상 전무후무한 만행을

우리 민족에게 저지르고도,

한번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는

악한 무리들이 참으로 미워집니다.

그들이 아직도 저렇게 당당히 얼굴을 들고

다니는 것을 바라본다는 것은 정말이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신나간 정치 군인의 권력욕 앞에 맞서다

희생된 수많은 선량한 광주 시민들과 학생들,

그리고 유가족들의 억울한 마음에 다시 한번

비수를 꽂는, 정말이지 정신상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518 망언 앞에

참담함을 넘어 슬픔을 느낍니다.

사랑이신 주님께서 그들에게도 자비를 베푸시어,

진리와 진실 앞에 꽉 막힌 그들의 귀를

열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금 저지르고 있는 악행들이

얼마나 큰 죄인지를

깨닫게 해주시기를 기도합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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