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6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7 조회수1,845 추천수11 반대(0)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겼지만, 의정부 어머니 집에는 어머니가 돌보는 화초들이 있었습니다. 30년이 넘은 것도 있었습니다. 화초들은 어머니와 함께 3번 이사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화초들과 대화를 하셨고, 화초들의 잎도 자주 닦아 주셨고, 화초들의 입맛에 따라서 물을 주셨습니다. 어머니를 만난 화초들은 행복했을 것 같습니다. 30년 이상을 화초들과 함께하신 어머니도 행복하셨을 것 같습니다.

 

주변을 보면 저와 함께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13년 동안 큰 탈 없이 제가 원하는 곳으로 안전하게 저를 데려다주는 자동차가 있습니다. 타이어도 한번 바꾸었고, 엔진오일도 몇 번 바꾸었고, 배터리도 한번 바꾸었고, 와이퍼도 몇 번 바꾸었지만 제게는 든든한 친구와 같습니다. 저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만년필도 고마운 친구입니다. 5년 넘게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노트북과 스마트 폰은 저를 또 다른 세상과 만나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부족한 저의 생각과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책들도 고마운 친구입니다. 어머니처럼 사랑과 정성으로 대하지는 못하지만 함께 있기에 행복한 친구들입니다.

 

예전에 행복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행복은 채우고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작은 것일지라도 만족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채우기 위해서는 비울 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비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소유한다는 것은 마치 바닷물을 마시는 것 같아서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집니다. 그러기에 채우고 소유하는 것으로는 행복할 수 없습니다.

 

누가 저에게 행복하십니까? 라고 질문을 한다면 저는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째서 행복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또 질문한다면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복이란 있다고도 할 수 있고 없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길과도 같아서 처음에는 없는 듯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걷고 있기 때문입니다.” 눈 내린 마당을 걸어본 적이 있습니다. 수녀님이 작은 길을 냈고, 신자들이 길을 내면서 성당까지 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진리를 향해서 길을 걷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걸어간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진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돈으로 따진다면 저는 행복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명예로 따진다면 저는 행복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권력으로 따진다면 저는 행복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건강으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외모로 따져도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감히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알게 되었고 그분께로 조금씩 서툴지만, 발길을 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분은 부족하지만, 느린 걸음이지만 포근한 마음으로 인내하시며 저를 기다리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제 주변에 예수님의 마음을 닮은 분들을 만날 수 있고 그런 만남 속에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행복은 돈이나, 명예, 권력이나 힘으로 맛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주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려는, 주님과 함께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언제든지 느낄 수 있는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니체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멀리 있는 길을 항해하는 배가 폭풍을 만나지 않고 조용한 바다로만 갈 수는 없다. 멀리 있는 길을 항해하는 배에게 폭풍은 벗과 같은 것이다.” 어떤 분은 어쩌면 지금 삶의 먼 항해 길에 폭풍을 만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지금 삶이라는 배가 험한 파도에 몹시 흔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삶의 여정에서 다가오는 폭풍우를 피하고, 그 폭풍우를 벗어나기를 기도하기보다는 그 폭풍우를 이겨내고 그 폭풍우와 맞서 싸울 힘과 용기를 청할 수 있기를 기도하였으면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그 폭풍우의 한가운데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주님을 만날 수 있고, 그 주님의 힘을 느낄 때 우리는 어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참된 삶의 기쁨과 행복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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