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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초연히 떠나가는 수도자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18 조회수1,488 추천수7 반대(0) 신고

 



초연히 떠나가는 수도자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사제나 수도자들의

소임 이동 시기가 되니,

초보 사제 때의 일이 기억납니다.

한 아동 보육 시설에서

그야말로 신명나게

사목에 전념하고 있었습니다.

하루 해가 짧을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았고,

혈기왕성했기에 의욕이

넘쳐 뭐든 다했습니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지상천국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도회 장상께서

갑자기 저를 부르시더니,

대뜸 하시는 말씀,

하던 일 즉시 정리하고,

비자 수속 마무리되는데로,

즉시 유학을 떠나라.”

것이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마치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 했습니다.

즉시 나만 바라보고 있는

저 아이들은 어떡하지?’

내가 지금 빠지면

잘 운영되고 있던 이 시설,

순식간에 쫄딱 망할텐테 하는

걱정도 앞섰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안된다.

일년만 더 있게 해달라.

고 졸랐지만,

씨알도 안먹혔습니다.

그렇게 눈물을 머금고

한 몇 년 떠나있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 시설을 방문했습니다.

속으로 내가 없는 시설,

쫄딱 망했겠지?’

아니면 문닫기 직전이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도착해 보니 웬걸!

그 시설은 제가 운영할 때 보다

훨씬 더 조직적이고 원활하게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또 다시 또

다른 임지로 정처없이

떠나셔야 하는 분들,

너무 걱정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내가 떠남으로 인해 한동안

여파도 있을 것이고,

어려움도 겪겠지요.

그러나 일하시는 분은 주님이십니다.

그분께서 당신 사랑과 능력으로

모자람을 가득 채워주실 것입니다.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도 발길 닿는 곳 마다

놀라운 기적과 업적을 드러내시자,

군중들은 집요하게 그분을 따라다니며

그분을 붙잡았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분을 왕으로

추대하고자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놀라운 일을

행하신 다음에는 즉시 물러나셨습니다.

또 다른 곳을 향해

아무런 미련도 없이 떠나가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

(마르코 복음 813)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을 때,

아무런 미련도 집착도 없이,

훌훌 털고 초연히 떠나가는

수도자들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떠나야 할 순간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적미적 대는 모습은 또 얼마나

서글픈지 모릅니다.

지난 삶의 모든 것은

하느님 자비에 맡겨드리고,

또 다시 펼쳐주실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떠나가야겠습니다.

오늘도 바리사이들은 무례하게도

예수님께 표징을 요구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해도 해도

너무한 무례한 요구에 깊이

탄식하십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마르코 복음 812)

사실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황당한 요구를 들어주는 것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순식간에 불벼락을 내리는 것,

다양한 하늘의 이상징후를 보이는 것,

예수님에게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요구에 굴복하지 않으십니다.

오히려 그들의 불신앙을

신랄하게 꾸짖으십니다.

그들의 불신과 완고함에

큰 슬픔을 느끼시며,

그들을 뒤로 하고 떠나가십니다.

혹시라도 오늘 우리도 예수님께

특별한 징표를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아닐까요?

얼토당토 않은 엉뚱한 기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나는 털끝만큼의 노력도 하지 않은채

손을 놓고 있으면서,

하느님 편의 기적만을

기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진정한 기적은 우리가 매일 봉헌하는

성체성사 안에 다 있습니다.

참된 기적은 우리가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고백소 안에서

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참된 기적은 우리가 얼마나 먼저

변화하고 쇄신되고자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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