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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믿는 우리에게도 시몬처럼 답할 기회를 /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22 조회수1,504 추천수3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고대 로마에서는 222일에는 가족 중 죽은 이를 기억하고자 빈 의자 하나를 마련해 놓았단다. 그리고 관습에 따라 이날 베드로와 바오로의 두 사도 무덤 곁에서 공경의 예배를 드렸다. 그러나 313년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신앙 자유 선언 이후 629일이 신앙의 아버지인 베드로와 바오로 두 사도를 함께 기념하는 축일로 정해지면서, 이날은 베드로를 교회의 최고 목자로 공경하는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만 남았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하고 물으시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하고 답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시몬 바르요나야, 너는 행복하다! 살과 피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것을 알려주셨기 때문이다. 나는 너에게 말한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이기지 못할 것이다. 또 나는 너에게 하늘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5-19 참조)’

 

베드로는 순박한 여느 어촌의 어부였고 본디 이름은 시몬이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에게 반석이란 뜻으로 베드로라는 이름을 주셨다. 튼튼한 머릿돌로 여기신 거다. 그런데 세속의 눈으로만 본다면 사실 베드로는 그다지 반석과 같은 인물감이 되지 못한다. 반석이라면 흔들리지 않는 꿋꿋한 믿음이 있어야 하는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그가 스스로 잘나서가 아니었다. 세 번이나 예수님을 배반했다. 믿는다면서 물 위를 걷다가도 믿음이 흔들려 허우적대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분은 그를 반석으로 삼으셨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너 위에 내 교회를 세울 터인즉, 저승의 세력도 그것을 이기지 못한다. 그리고 하늘나라의 열쇠도 주겠다.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 이 두 가지 핵심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허락하신 권능이 베드로라는 수제자를 통해 사도와 교부를 통해 계승하고 그들에게 용서의 권한을 주신다는 거다. 이는 넓은 뜻에서 교황권의 인정과 회개를 전제로 한 용서의 권능이 교회 전체에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곧 베드로의 후계자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만이 그분 권능에 대한 정통성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오늘도 예수님은 우리에게 물으신다.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과연 이 고백은 인간적인 약점으로 가득한 베드로가 이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생각해 보면 자신의 확신에서 온 게 아닌, 성령께서 가르쳐 주신 은사임을 깨닫는다. 교회는 죄인들의 공동체이다. 우리는 아무리 선한 의지로 살아도, 악의 유혹과 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는, 인간의 능력이 아닌 성령의 은사로 세워진 하느님 백성의 공동체이다.


교회가 아름다운 것은 이렇게 가장 보잘것없는 이가 기초가 되었다는 데 있다. 잘나고 똑똑하고 힘 있는 게 아닌, 힘없고 가난한 어부 한 사람을 통해 이렇게 엄청난 일을 한다. 교회를 이런 이들만의 능력으로 움직이는 조직체로만 보면 모든 게 다 불합리하고 실망이다. 사실 그 안에는 내가 만나고 싶지 않은 이들도 참 많다, 교만과 위선으로 남들에게 잘난 체하는 이, 수시로 말 바꾸며 변명만 하는 자, 가정은 돌보지 않고 교회 봉사만 하는 이, 세속적인 성공을 위해 교회에서 인맥만 쌓는 이들도 있다. 심지어 섬기기보다 섬김을 받으려는 사제, 수도자들도 있더이다. 그러나 이런 약점과 모순투성이에도 교회는 권위와 아름다움을 갖는다. 이게 지금 우리의 가톨릭교회이다.

 

이게 가능하다. 그것은 나약한 시몬을 하느님께서 지키시고 돌보셨기에. 하느님께서 늘 함께하시어 성장시키셨기에. 이처럼 우리도 그분의 힘으로 공동체의 반석이 될 수 있다. 그것은 그분께서 우리가 얼마나 부족한지 잘 아시고 계시기에. 우리는 그 옛날 감격에 겨운 시몬처럼 그런 화끈한 답을 못해도 좋다. 그러나 언젠가는 성령의 은총으로 그렇게 답할 날이 올게다. 아니 반드시 온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때 우리가 그 물음에 당신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라고 답해야 할 차례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시몬 베드로,반석,바르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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