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많은 별을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별인 것 같지만 별들은 모두 자기의 자리가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별자리라고 부릅니다. 예전에 제사장과 천문학자들은 별자리를 잘 보아야 했습니다. 일식과 월식을 예측할 줄 알아야 했습니다. 특별한 별이 나타나는 때를 아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동방박사들도 별이 나타나는 때를 알았고, 별을 따라서 예수님의 탄생을 축하할 수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은 우주와 자연에 있는 질서를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우리가 아는 케플러, 뉴턴, 갈릴레오, 아인슈타인, 닐스보어와 같은 과학자들은 새로운 질서를 찾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런 질서는 과학과 문명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자연의 질서를 알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각자의 능력과 직책에 따라서 자리가 주어집니다. 본당신부, 주교님은 오랜 경험과 경륜이 있어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 자리와 직책은 책임과 의무를 요구하지만 많은 특권과 특혜가 주어지기도 합니다.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습니다. 국회에서 한 발언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전용기를 사용합니다. 특별한 경호를 받습니다. 스포츠와 예술에도 그런 자리가 있습니다. 손흥민, 방탄소년단은 특별한 능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끊임없는 연습이 있어야 합니다. 다른 많은 것들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또 다른 자리가 있습니다. 자본의 흐름을 아는 자리입니다. 이른바 ‘노른자 자리‘를 아는 것입니다. 현대 경제는 바로 자본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부동산은 땅의 가치를 파악하는 능력을 요구합니다. 사람이 모이는 곳, 돈이 모이는 곳,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는 곳은 ’노른자 자리‘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적인 금융 조직은 투자를 통해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물건을 만들고, 사고파는 비용은 금융조직을 통해서 드러나는 비용에 비하면 아주 작은 규모입니다. 이런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감각이 있어야 합니다. 결단력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정보력이 중요합니다.

오늘 우리는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지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교회를 맡기셨습니다. 천국의 열쇠도 맡기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주신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요?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아는 그런 자리일까요? 특별한 권력과 능력을 주는 그런 자리일까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얻을 수 있는 자리일까요? 분명 그런 자리는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어떤 자리일까요?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통해서, 예수님의 삶을 통해서 우리는 그 자리를 알 수 있습니다.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는 자리입니다. 벗이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까지 기꺼이 가주는 자리입니다. 친구가 잘못을 하면 일곱 번씩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는 자리입니다. 첫째가 되기보다는 꼴찌가 되기를 기뻐하는 자리입니다. 복음 때문에, 하느님 나라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도 받아들이는 자리입니다.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자리이지만 아무나 얻기 힘든 자리입니다.

오늘 베드로 사도는 우리가 가야 할 자리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고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사랑과 용서, 나눔과 희생으로 사라지지 않는 우리들의 자리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