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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가능한 원수 사랑)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24 조회수1,444 추천수4 반대(0) 신고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인간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

가능한 원수 사랑

원수(怨讐)란 말에 대해 묵상해봅니다.

요즘은 웬수’, 평생 웬수란 말을

더 자주 사용합니다.

원수란 한 마디로 적()을 의미합니다.

내게 치명적인 손해를 끼쳐

사무치는 원한을 맺히게 한 사람입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해보니

이런 사람들도 원수에

포함시킬 수 있겠습니다.

내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

견딜 수 없는 수모를 준 사람,

그래서 대면하기 껄끄러운 사람,

같은 식탁에 앉아 밥 먹기 싫은 사람,

자다가도 얼굴을 떠올리면

심장이 벌렁벌렁 뛰게 만드는 그 사람,

내 인생에 매운 고춧가루를 뿌린 사람,

틈만 나면 내 인생길을 가로 막는 사람...

결국 원수는 멀리 있지 않고

아주 가까이 살아가는 존재들이군요.

원수는 어느 다른 하늘 아래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내 가정 안에,

내 직장 안에,

내 공동체 안에,

나와 같은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가운데 버젓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자비하신 주님께서

바로 그 원수

사랑하라고 강조하십니다.

그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라고

안면몰수하지 말고 먼저 다가가서

인사하라고 권고하십니다.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만 사랑하지 말고

꼴 보기 싫은 그 인간도

사랑하라고 당부하십니다.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너희를 미워하는 자들에게 잘해 주고,

너희를 저주하는 자들에게 축복하며,

너희를 학대하는 자들을 위하여

기도하여라.

네 뺨을 때리는 자에게 다른 뺨을 내밀고,

네 겉옷을 가져가는 자는 속옷도 가져가게

내버려 두어라.”

(루카 복음 627~29)

예수님의 당부말씀을 하나하나

따지고 보니 해도 해도 너무한 요구를

하고 계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이건 뭐 속도 밸도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말씀 아닌가요?

그저 바보 멍청이처럼 살아가라는

말씀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정말이지 인간의 힘,

인간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일을

주님께서 요구하시는 듯 합니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은

아무나 실천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나를 탈피할 때,

라는 질그릇 안에 들어있는

과거의 자아를 완전히 비워낼 때

실천 가능한 가르침입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하느님화될 때,

인간적 관점을 버리고 하느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우리는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참으로 나약하고 부족하며

죄인인 우리 인간들입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우리 안에는

하느님의 자취가 남아있고

하느님의 인호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우리는 비참하지만 하느님께서

위대하시기에 우리는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 자비에 힘입어

인간의 비루함과 옹색함을 벗어나

광활한 사랑의 평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원수조차 사랑할 기적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 진짜 원수는 사람이 아니라

죄와 사탄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주어지는

과제가 한 가지 있습니다.

늘 우리 곁은 졸졸 따라다니는

평생 웬수 같은 사람들과

어떻게 지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런데 이 한 세상 열심히

살아가다보니 어느 순간

웬수가 다르게 보일 때가 있더군요.

그 순간은 그의 내면에 아로새겨진

깊은 상처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에서는 있어 보이려고 기를 쓰는

그의 쓸쓸하고 허전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입니다.

그의 말 못한 사정을

알게 되는 순간입니다.

뒤돌아서서 흘리는 그의 눈물을

바라보는 순간입니다.

그 순간, 나도 나약한 한 인간이지만

그도 나약한 한 인간이로구나,

그때 내게 준 괴로움이 좀 더

관심을 가져달라는 표현이었구나,

좀 더 사랑해달라는 손짓이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더군요.

원수에 대한 사랑,

참으로 어려워 보이는 일이지만

그 사랑이 실현되는 곳에

놀라운 기적과

은총이 뒤따를 것입니다.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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