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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낮아질수록 더 높아진다는 가르침을 / 연중 제7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26 조회수1,299 추천수5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나이 열아홉에 급제를 해 스무 살에 군수가 된 맹사성은 조선 시대의 학자이다. 젊은 그는 나이 든 선비를 찾았다. “어른께서는 군수로서 삼아야 할 좌우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건 어렵지 않소이다.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는 일입니다.” “그거라면 삼척동자도 아는 이치 아니오. 먼 길 온 제게 고작 그런 말씀만을 하시다니요?” 맹사성은 일어서려 했지만 선비는 차 한 잔을 빌미로 자리를 붙잡는다.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런데 선비는 넘치는데도 자꾸만 잔에 차를 따른다.


어르신, 찻물이 넘쳐 방바닥 망칩니다.” 맹사성이 소리쳤지만 선비는 계속 넘치도록 따른다. 그리고는 화나 있는 맹사성을 보며 말한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건 알면서 어찌 지식이 넘쳐 인품 망치는 건 모릅니까?” 이처럼 많이 안다고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 세상은 겸손하고 섬기는 이를 좋아한다. 조금 안다고 자리가 높아졌다고 우월감에 젖는 건 참 어리석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러한 실수를 계속한다.

 

무한경쟁에서 성공은 남보다 더 일찍 자신의 능력을 보일 때 얻어지는 것이라나. 그래서 많은 이가 정말 열심히 살아서 가난, 실직, 고통에서 벗어나려 애쓰지만, 사회는 과거처럼 우직하게 열심히만 산다고 성공이 꼭 보장되지 않는 세상이 되었단다. 그래서일까?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라는 예수님 말씀이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든 격이 된 셈이다. 첫째가 되는 길만을 가르쳐 온 삶에서 스스로 꼴찌가 되고, 이웃들에게 종처럼, 학교에서 왕따를, 직장에서 실직을, 상점에서 손님들 갑질에 무시당하는 게, 어찌 성공한 인생이라 하겠는가?

 

예수님 시대에도 제자들은 메시아의 수난을 알아듣지도 못했고,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묻는 것조차 두려워했단다. 게다가 그분께서 정권을 잡으시면 자기들끼리의 서열 다툼까지 했으니. 사실 신앙생활을 할수록 내 영이 맑아져, 세상 것보다 하느님 일에 더 관심 갖는 게 어쩜 순리이지만, 세속적인 게 더 커지는 우리 모습처럼 당시 제자들마저 그렇게 되었다니! ‘그들은 카파르나움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라고 물으셨지만,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인가로 서로 논쟁하였기에. 예수님께서는 누구나 첫째가 되려면,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라고 엄히 말씀하셨다.(마르 9,30-37 참조)’

 

예수님은 우리가 하느님 사랑을 받는 참된 자녀들임을 깨닫기를 바라신다. 우리가 남들에게 인정받거나 출세하려고 더 이상 다툴 필요가 없기를 학수고대하신다. 그리고 우리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라고 하시며 다른 이들, 특별히 가난한 이들과 연대하기를 원하신다. 보잘것없는 이들을 도와주는 이, 이웃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는 이, 자신을 낮추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이가, 참으로 당신이 바라는 제자 모습이라 이르셨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낮은 자리로 오시어 가장 보잘것없는 이들을 보살피셨다. 우리도 그분 따라 이웃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고 자신을 낮추어 봉사하는 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도 어린이처럼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을 가지자. 우리 안에 잡초처럼 솟아오르는 교만의 잔재를 버리고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자. 세상에 있되 거기에만 사로잡히지 않는 가운데 자유롭고 바로 사랑하는 것, 자신의 안위에만 집착하지 않고 작은 이벗 삼아 사는 마음가짐이야말로, 바람직한 삶의 자세이리라.

 

내 안에 아직도 우월 의식이 있다는 건 다른 이를 무시하며 사는 뜻일 게다. 졸부를 뽐내며 높은 자리에 앉으려는 한 아직도 예수님을 모른다는 뜻이리라. 첫째가 되려면, 꼴찌가 되고 모두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예수님은 우리에게도 가르치신다. 지금 나는 낮아질수록 높아지는 삶을 사는지를,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꼭 둘러 봐야만 할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제자,봉사,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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