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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실체와 본질을 지닌 악의 존재 - "악마는 존재한다"를 읽고
작성자한택종 쪽지 캡슐 작성일2019-02-26 조회수1,489 추천수3 반대(0) 신고

 

악마는 최근 친구로 위장했다.

악마는 고통받는 자들의 상징처럼 묘사됐다.

악마는 자신을 변호하며 신분을 세탁했다.

최근 몇 년간 영화와 미드, 우리나라 드라마를 통해 악마와 싸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되었다.

나름 재미있는 컨텐츠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서사적 재미와 볼거리를 위해 대부분이 엑소시스트 식의 끔찍한 악령에 걸리거나 좀비처럼 변한 인간의 모습을 주로 다룬다. 게다가 이들은 현대사회 인간실존의 부조리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어떤 이는 부모의 사랑을 못 받은 아이로, 어떤 이는 직장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거나, 어떤 이는 사회 부적응자로 묘사된다. 즉 악마를 "존재 그 자체"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위나 사건의 결과에 따라 나타나는 결과론적인 존재인 것처럼 묘사한다. 마치 살인자가 살인에 대한 동기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며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변호하는 것처럼 말이다.

악마에 대한 이런 식의 묘사는 악의 존재를 추상적이고 신비화하여 개념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마치 악마에 씌운 사람은 무언가 사회학적이고 인간론적인 동기를 품고 귀신같은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므로 우리는 바로 악마를 알아볼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 말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악령에 걸린 사람을 주변에서 찾아보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있다 하여도 우리가 알아보기는 지극히 어려운 모습으로 나타나는게 현실이다.

필자가 어려서 들은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악마에 대한 묘사는 악마는 자신이 악마임을 숨기며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유혹한다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신앙인의 눈으로 바라보니, 물질만능주의와 자본주의를 토대로 돌아가는 현대를 살자면 물질과 재물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돈만 있으면 못하는 게 없는 대한민국" 이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입에 올리는 관용어가 되었다. 미디어에서 보내는 프로그램과 그 모든 컨셉 역시 재물과 관련없는 건 거의 없다. 온갖 놀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은 이 시대는 인간으로서 살기엔 분명 행복한 시절이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듯, 눈으로 짓는 죄 역시 지옥불에 떨어질 죄라고 하셨듯, 지금 세상은 눈으로 보는 것 모두가 곧 내가 갈망하고 소망하는 물건이 넘쳐나니 우리는 수많은 지옥불 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자성한다.

이 시대의 현인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이러한 우리에게 경고하신다. 자칫 우리가 타협하거나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악의 희미한 존재에 대해 분명히 말씀하신다. 그것은 악마의 존재를 증명하는 이 시대의 표상이라고.

악마의 세 가지 유혹. 재물, 허영, 교만. 이 세 가지를 꿈꾸지 않으며 살기에는 우리 인간이 현대사회에 익숙해진 것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런 이유로 교황님은 우리에게 단호하게 말씀하신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1테살 5,17)라는 바오로 사도의 입을 통해 그런 이유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치열한 싸움 중에 있다고. 그러나 "이 싸움은 매우 아름다운 싸움"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렇다. 신앙인이 할 수 있는 싸움의 무기는 기도 외에는 없다.

교황님의 다음 메시지는 더욱 확고하다. "악마와 대화하지 마십시오." 예수님조차 당신이 유혹을 받으실 당시 성경의 말씀 외에는 그 어떤 인간의 말씀도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조차 이렇게 악마를 대하셨다. 하물며 나약한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가 악마와 대화한다는 상황은, 그들과 타협하거나 그들의 행위를 묵인 내지 동조한다는 의미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의 시대는 과거의 중세시대보다 어쩌면 좀더 근본적이고 본래적인 의미에서 "어둠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온갖 인간의 지식과 과학기술로 무장한 첨단의 논리들이 마치 진리인 양 포장되어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기록을 따라 세상은 아직 7천년도 되지 않은 창조론의 시대라고 떠드는 창조과학자들의 무리. 그리고 세상의 지적 생명체는 외계의 존재로부터 유래했다는 라엘리안 류의 무리들까지 우리는 수많은 인간지식으로 위장한 시대의 어둔 존재들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악마의 유혹을 물리칠 가장 강한 무기는 의심과 나태에 빠진 사람들, 신앙인을 위한 기도이다. 기도, 이 하나가 가장 강력한 수단이자 유일한 무기이다. 그리고 내가 실생활에 실천할 수 있는 강력한 실천도구는 조금만 편하게 살지 않기 운동이다. 수많은 일회용품과 전자도구들은 우리의 일상을 편하게 하지만 실상 이들은 창조질서의 아름다움을 무너뜨리는 파괴의 도구들이다. 교황님의 "찬미받으소서"는 우리에게 세상의 이기들에 빠지지 말라고 경고하며 생태질서의 보존이 하느님 창조사업의 작지만 결코 작지 않은 더하기라고 강조하신다.

악의 유혹과 존재를 이겨내는 방법 중 하나는 창조질서의 아름다움을 우리가 보존하고자 노력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재물의 유혹을 뿌리치는 방법이다.

재물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우리는 허영에 빠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기도를 통한 통회의 습관은 우리를 교만에 빠지지 않게 한다. 교만은 원조 아담과 이브가 저지른 인간 최초의 죄이다. 그만큼 우리는 스스로를 과대평가한다. 피조물이 조물주를 흉내내려 한다는 것. 때로는 그 시도가 영웅적으로도 보이고 과학기술의 첨단처럼 보이기에 우리는 이를 실존적 의미에서 존재론적 행위로 여기기도 한다. 인간이기에 그렇다고 스스로를 위안한다.

그러나 결코 아니다. 우리는 세상의 악에 대하여 "예니오"할 것이 아니라, "아니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스스로를 신앙인으로 자리매김해야만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악마,프란치스코 교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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