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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재의 예식 다음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09 조회수2,028 추천수11 반대(0)

 

중학교 영어 시간에 비운 것 중에 가정법이 있습니다. ‘이 몸이 새라면 날아가리. 당신이 나를 따른다면 나는 당신을 보호할 것입니다. 내일 눈이 온다면 덕수궁에서 만나요. 10등 안에 든다면 자전거를 사주겠습니다.’ 가정법은 조건을 제시하고, 조건이 이루어지면 보상한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조건을 제시하고 조건을 따르지 않는다면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이는 구약에서 하느님과 백성 사이에 맺어진 계약의 조건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사회는 이런 계약에 따라서 질서를 이루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 왕과 신하, 남편과 아내, 친구와 친구, 윗사람과 아랫사람의 관계에는 친함, 섬김, 화합, 믿음,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네 가운데에서 멍에와 삿대질과 나쁜 말을 치워 버린다면,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 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 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 안식일을 지키지 않으면,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면 책임을 물을 것이다.’

 

양보를 나타내는 접속사도 있었습니다.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지라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습니다. 슬플 때라도 가슴을 펴십시오. 남의 것일지라도 낭비하지 마십시오. 저 사람들이 나를 십자가에 못 받았을지라도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예수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습니다. 여러분 중에 첫째가 되려고 한다면 꼴찌가 되어야 합니다. 나를 따르려고 한다면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지만 아픈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합니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습니다.

 

신앙은 조건을 지키고, 계명을 지키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입니다. 그렇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참된 신앙은 조건을 지키지 않았을지라도 용서하고, 사랑하고, 인내하며,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배반했을지라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죄를 묻지 않으시고 평화를 주십니다. 3번이나 예수님을 모른다고 하였던 베드로에게 천국의 열쇠를 맡기시는 것입니다. 우리가 약속을 지키고, 계명을 충실하게 지켜서 구원받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비록 나약해서 주님의 뜻을 따르지 않았을지라도, 하느님의 자비하심이 크시기 때문에 회개의 기회를 주시는 것입니다.

 

혼인을 앞둔 젊은이에게 해 주는 덕담이 있습니다. 서로의 조건을 보기보다는 서로에게 감추어져 있는 가능성을 보라고 하였습니다. 평강공주는 온달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온달은 평강공주를 신뢰하였습니다. ‘그럴 수가 있나.’라고 따지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본당 신부님이 그럴 수가 있나.’라고 불평하기보다는 본당 신부님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이해하면 더 큰 것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보좌 신부가 그럴 수가 있나.’라고 험담하기보다는 보좌 신부가 그럴 수도 있지.’라고 받아들이면 더 큰 신뢰가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 안에 있는 가능성을 보셨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으로 죄인을 받아 주셨고, 아픈 이를 위로해 주셨고, 배고픈 이를 배부르게 하셨습니다. 넘어진 이의 손을 잡아 주셨습니다. 강도당한 이웃의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돌아온 탕아를 넓은 마음으로 품어주셨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사랑이며, 이것이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자비입니다.

 

사순시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조건에 민감한 신앙도 필요하지만 그런데도 이해하고, 용서하고, 받아 주는 신앙이면 좋겠습니다. ‘그럴 수가 있나라며 불평하고, 원망하기보다는 그럴 수도 있지라며 받아 주고, 품어주는 신앙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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