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1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11 조회수1,726 추천수12 반대(0)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결정을 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젊은이가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직업을 선택하였습니다. 충분한 보수와 미래가 약속된 일자리를 그만두고 선택한 새로운 일은 청소부였습니다. 이유는 있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경쟁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많았습니다. 비록 보수는 적었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었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합니다. 새벽에 건물에 들어가서 청소를 하기에 사람을 마주칠 일도 없었고, 남는 시간에는 청소하면서 느낀 경험과 감정을 만화로 그렸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함께 청소하는 것도 즐거움이었다고 합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았고, 딸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었던 어머니의 응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하는 젊은이의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런 딸의 결정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어머니의 사랑에도 박수를 보냅니다.

 

김난도 교수님이 중심이 되어 펴낸 ‘2019년도 대한민국의 트렌드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대기업, 공동체, 기존 질서와 틀에서 벗어나는 경향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인터넷과 정보의 세상에서 존재가치를 드러낼 수 있다고 합니다. 혼밥, 혼술, 혼집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그에 맞춘 상품, 주택, 오락, 예술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밥을 해주는 엄마가 필요했지만, 밥을 사주는 엄마의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가족끼리도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지고, 개인의 시간을 존중해주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기존의 질서와 틀은 인터넷과 디지털의 시대에서 자란 세대에게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문득 생각합니다. 교회는 2019년도의 트렌드를 잘 읽고 있는가? 2019년도의 트렌드에 맞는 새로운 처방을 내리고 있는가? 인터넷과 디지털의 세상에 사는 이 세대의 젊은이들에게 교회는 사순시기의 의미를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상선벌악, 천주존재, 삼위일체, 강생구속의 교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 앨빈 토플러는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변화는 삶의 필요성이 아니라, 삶 자체입니다.”

 

농경과 목축의 시대에는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했습니다. 외부의 공격을 함께 막아내야 했습니다.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 헐벗은 사람을 도와야 했습니다. 나도 언제 그런 상황에 부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통제가 느슨한 곳에서는 공동체의 질서와 윤리가 필요했습니다. 부당한 폭력을 통제해야 했습니다. 인간에게 내재한 거룩함을 드러내야 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큰 덕목이었습니다. 나에게 보답할 수 있는 사람에게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보답할 수 없는 사람에게 자선을 베푸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나도 보답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터넷과 디지털의 시대에도 필요한 덕목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가난한 이, 아픈 이, 헐벗은 이는 우리 주변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도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우리 주변에는 거지 모습을 한 왕자가 많습니다. 거지 모습을 한 왕자에게 따뜻한 물을 준다면, 옷을 나누어 준다면, 아픈 곳을 치료해 준다면 왕자가 왕이 될 때 반드시 보상을 받을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거지인지, 거지 모습을 한 왕자인지 구별하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한 친구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군에 입대한 친구는 본당의 자매에게 편지를 보내곤 했습니다. 본당의 자매도 답장을 해주곤 했습니다. 힘든 군 생활에서 본당 자매의 편지는 사막에서 만나는 오아시스 같았고,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 같았습니다. 그런 어느 날 자매님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제 곧 결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받은 친구는 마음이 아프고, 아쉬웠지만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결혼 후 1년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친구는 자매님을 위해서 1년 동안 묵주기도 5단을 하기로 했습니다. 친구의 기도가 도움이 되었는지 자매님은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고, 친구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느껴서 사제의 길을 선택하였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기에, 그 친구는 아름다운 사제가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제1 독서는 이야기합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거룩한 사람이 되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거룩한 사람이 걸어야 할 길을 말해 주고 계십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헐벗고, 굶주리고, 아픈 사람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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