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탈무드’에 말로 생기는 피해에 대하여 말한다. ‘남을 헐뜯는 말은 살인보다 위험하다. 왜냐면 살인은 한 사람만 죽이나, 남을 헐뜯는 말은 세 사람을 죽인다. 곧 그 말을 퍼뜨리는 이, 그것을 반대하지 않고 듣고만 있는 이, 그 말의 대상이 된 이를 죽이니까.’ 한 번 입에서 나간 말은 자기 자신에게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은 물론이고 듣는 이, 그 말의 대상이 되는 이들에게 모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어떤 공동체는 모임 전에 먼저 감정이 상한 이와 밖에서 화해한단다. 그렇게 하다보니까 대화가 길어질 경우에는 모임이 거의 끝날 무렵에야 손잡고 들어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나.

용서와 화해를 더 중히 여기며 사이좋음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가장 좋은 믿음이라니까. 그들은 그 자리에 없는 누군가에 대해 절대로 말하지 않는단다. 사람이 사는 데에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인간관계’일 게다. 가족이든 이웃이든, 서로의 관계에서 늘 우리는 웃고 우는 문제가 생기리라. 우리가 숱하게 많은 이를 만나는 것 같지만, 실은 가깝게 관계를 맺는 이는 불과 손에 곱을 수 있다나. 이렇게 인생에 가까운 이들 안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미움으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는 거다.

고대 이스라엘에는 ‘도피성’이 있었다. 실수로 사람을 죽였거나 중상을 입힌 이들이 숨어 살던 곳이라나. 반드시 레위 지파 영역에 설치했다. 유목민에게 보복은 당연했다. 그러기에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았다. 하지만 도피성에 들어가면 안전하다. 그곳에는 아무도 해칠 수 없도록 법으로 규정하기에. 대표적인 도피성은 ‘스켐’으로, 예루살렘 북쪽에 있었다. 이렇듯 구약의 도피성은 살인자를 보호하는 곳이다. 물론 우발적인 사고를 낸 이다. 그렇더라도 철저한 율법 국가에 이 제도가 있었다는 것은 매우 놀랍다. ‘살인은 또 다른 살인으로’ 이어지기에 보복을 막고자 생겨났다나.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살인해서는 안 된다. 그는 재판에 넘겨진다.’고 옛사람들에게 이르신 것을 너희는 들었다. 그러나 나는 말한다.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그리고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법정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마태 5,20-22 참조)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넘어서라면서 글자나 따지는 형식주의에 빠지지 말라신다. 그러기에 율법의 아버지였던 모세는 ‘도피성’까지 만드는 유연함을 지니셨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형제에게 욕하고 성내는 것에 더 혈안이다. 가까운 이들은 소홀히 하면서 먼 곳의 이들에 대해서 더 신경 쓴다.

사실 예난 지금이나 너나 할 것 없이 다른 이의 잘못에 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한다. 그러면서 내심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내 가까이에는 좋은 이들만 있었으면 좋겠고, 직장이나 본당에서 만나는 이들도 착했으면 좋겠단다. 또 다른 이 때문에 마음 상하고 피해를 입지 않았으면 하고 바란다. 내 주변에 나쁜 이는 없기를 기대하고 그런 이는 직장이나 본당에서 아예 떠났으면 좋겠다고 작정하고 속으로 바라기만 한다. 더구나 단지 살얼음판을 그저 걷더라도 ‘마주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으로 산단다.

그러니 이웃과 소원한 관계가 있다손 치도 최소한 가까이는 지내라는 게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이다. 형제와 법정 소송을 벌였다면 기어코 화해하라신다. 그것은 하느님의 기운을 모셔 오는 행동일 테다. 어쩜 작은 말로 화해하기도 하고, 불목을 초래하기도 할 게다. 말로 실수하지 않는 이는 온전한 이라는 속담도 있다. 정녕 말로 실수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기나 할까? 그렇지만 가까운 이, 사랑하는 가족에게 성을 내고 업신여기는 말은 고칠 수 있다. 노력하면 된다. 삶의 태도를 바꾼다면, 자연스럽게 고쳐진다. 이는 우리 믿는 이들에게 이번 사순 시기에 바꿔야 할 절실한 과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