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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2주일/변모 희망이라는 선물./손 용환 신부
작성자원근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16 조회수1,462 추천수3 반대(0) 신고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하는 소리가 났다.
(루카 9,28ㄴ-36).

† 변모, 희망이라는 선물.



어릴 적에 감명 깊게 읽은 동화책이 있습니다. 트리나 포올러스가 쓴 ‘꽃들에게 희망을’ 입니다. 그 내용은 애벌레가 나비로 변모하는 과정인데 제목이 ‘꽃들에게 희망을’ 입니다. 그 이유는 한 애벌레의 변모로 이 세상의 모든 꽃들에게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한 존재의 변모가 다른 모든 존재에게 희망이 된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그런데 애벌레가 나비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자기의 겉모습이 죽어 없어질 때 자기의 참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도 하느님과 계약을 맺음으로써 모든 신앙인의 선조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후손과 땅을 약속하셨습니다. “하늘을 쳐다보아라. 네가 셀 수 있거든 저 별들을 세어 보아라. 너의 후손이 저렇게 많아질 것이다.” (창세 15,5-6) “나는 이집트 강에서 유프라테스 강까지 이르는 땅을 너의 후손들에게 준다.”(창세 15,18) 그런데 많은 후손을 얻기 위해선 자기의 외아들을 하느님께 바쳐야 했고, 약속한 땅을 얻기 위해서는 고향 칼데아의 우르를 떠나 나그네살이를 해야 한 것이 놀랍기만 합니다. 더 나아가 아브라함이 살아생전에는 많은 후손도 없었고, 많은 땅도 없었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눈에 보이는 축복이 없어도 끝까지 믿은 신앙이 모두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산에 오르시어 거룩한 변모를 했습니다. 그분은 영광에 싸여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예루살렘에서 이루실 일을 말하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일더니 그들을 덮었고,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났습니다. “이는 내가 선택한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루카 9,35) 그런데 하느님께서 선택한 아들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자기 목숨마저 바쳤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더 나아가 제자들이 본 영광된 모습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한 게 더 놀랍습니다. 수난과 죽음을 거쳐야 부활의 희망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변모하려고 할 때에는 아픔이 따릅니다. 애벌레의 상태를 기꺼이 포기해야 하는 아픔, 자기의 가장 소중한 아들을 바치고 고향 땅을 버려야 하는 아픔, 자기의 가장 소중한 목숨마저 바쳐야 하는 아픔이 따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아픔을 싫어하고 베드로처럼 안주해 버립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루카9,33) 이 말은 이곳에 초막 셋을 지어 그냥 살자는 말입니다.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축복에 젖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영광에 싸여 살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는 게 놀랍기만 합니다. 더 나아가 제자들이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 겁이 났다는 게 더 놀랍습니다. 거룩한 변모는 수난을 겪은 뒤에야 그 뜻을 알기 때문입니다.

변모하기를 원하십니까? 그러면 자기를 포기하는 아픔을 받아들이십시오. 우리도 사도 바오로처럼 십자가의 원수가 아니라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선택하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십자가의 원수로 살면 그 끝이 멸망이지만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선택하면 그 끝이 구원이기 때문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사랑하는 필리피 교우들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하늘의 시민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구세주로 오실 주 예수 그리스도를 고대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우리의 비천한 몸을 당신의 영광스러운 몸과 같은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가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형제 여러분,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으십시오.”(필리피 3,20-4,1) 

우리는 왜 신자입니까? 믿지 않는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신자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다릅니까? 부끄럽게도 특별히 다른 게 없습니다. 우리에겐 눈부시게 빛나는 모습이 없습니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와!”하고 입을 벌릴 사람도 없고, 우리에게 향기가 있어 머물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으며, 우리 모습 때문에 인생을 바꿀 사람도 없습니다. 왜일까요? 안주하기 때문입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며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변모해 봅시다. 비록 수없이 깨지고 넘어지고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구원의 희망을 위하여 아픔을 봉헌합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썩어야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으니까요.


말씀자료 : - 손용환 신부- [편집 : 원근식 요아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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