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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3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9-03-24 조회수2,188 추천수12 반대(0)

 

본당에서는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사순 특강을 마련합니다. 저도 사순 특강을 부탁받곤 했습니다. ‘예수님께 위로를 드린 사람, 예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한 사람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하신 예수님의 말씀이란 주제로 강의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제가 들었던 사순 특강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주제는 십자가와 부활의 파스카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을 드러내는 단어가 있다면 십자가와 부활입니다. 이 십자가와 부활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파스카입니다. 파스카는 건너감을 뜻합니다. 하느님께서 이집트에서 재앙을 내리실 때 이스라엘 백성의 문설주에 바른 양의 피를 보시고는 건너가셨습니다. 여기서 파스카는 재앙이 건너가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이 홍해 바다를 건너서 약속의 땅으로 가는 것도 파스카입니다. 다시 말해 파스카는 출발점이 있고, 목적지가 있음을 의미합니다. 출발했다면 목적지를 향한 여정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돌아가셨지만 3일 만에 부활하신 것을 파스카라고 합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절망에서 희망으로, 미움에서 사랑으로 넘어가는 것을 파스카라고 합니다. 둘째 아들이 뉘우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파스카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예수님을 만나서 복음을 전하는 사도가 된 것이 파스카입니다. 박해를 피해 도망가던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을 만나서 다시 로마로 돌아가는 것도 파스카입니다.

 

파스카를 위해서는 하느님께서도 우리와 함께하셔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셨고, 예언자를 보내 주셨고, 예수님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것이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는 모습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신공(神功)이라고 합니다. 파스카를 위해서는 우리도 하느님과 함께해야 합니다. 우리 신앙의 선조들은 그것을 신공(信功)이라고 하였습니다. 묵주신공, 성로신공, 조과, 만과는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드렸던 신공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서 보여주신 공과 우리가 하느님을 위해서 노력한 공을 보는 것을 판공(判功)이라고 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1년에 2번 판공성사를 보았습니다. 신자로서 노력을 성실하게 했다면 부활과 성탄을 기쁘게 맞이할 것입니다. 신자로서 노력을 소홀히 하였다면 보속을 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진 후에 부활과 성탄을 맞이할 것입니다.

 

우리가 파스카를 잘 맞이하기 위해서는 출발점이 어디인지, 목적지는 어디인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현 위치를 알았다면 목적지를 향해서 발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목적지를 향한 여정을 멈춘다면 매년 돌아오는 파스카는 전례와 시간의 흐름일 뿐입니다. 우리의 노력과 여정이 함께 할 때만 매년 돌아오는 파스카는 우리를 하느님께서 인도하는 파스카가 될 것입니다.

 

합당한 파스카를 위해서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합니다. 하나는 안식일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는 하느님을 위해서 지내야 합니다. 자는 시간,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일주일에 14시간은 하느님을 위해서 시간을 내야 합니다. 하루에 2시간은 하느님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도하고, 성찰하고, 이웃을 돕고, 책을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안식일을 잘 지키는 사람은 다른 6일도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삶을 살기 마련입니다. 신앙의 선조들이 목숨을 바쳐서 순교할 수 있었던 것은 안식일을 잘 지켰기 때문입니다. 안식일을 통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참으로 기쁘고 복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재물의 십일조를 하느님께 바치는 것입니다. 재물의 십일조를 하느님께 바치는 사람은 나머지 재산도 하느님의 뜻에 합당한 곳에 사용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지갑을 여는 곳에 우리의 마음이 함께 하기 마련입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지갑을 연다면 우리의 마음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 있는 보물을 사는 상인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우리의 재물로 영원한 생명을 얻는 보물을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현명한 삶은 없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이 재물 때문에 오히려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건강까지 잃어버리곤 합니다. 밭에 묻혀 있는 보물을 볼 수 있는 지혜가 없기 때문입니다.

 

파스카의 여정은 쉽지 않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에서 40년을 지내야 했습니다. 사도들은 다락방에 숨어서 지내야 했습니다. 광야에서의 유혹을 이겨야 합니다. 두려움과 걱정을 떨구어야 합니다. 커다란 쇳덩어리인 비행기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역풍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역풍은 비행기를 하늘로 날아가게 하는 힘입니다. 우리의 신앙 여정에도 분명 역풍이 있을 것입니다. 역풍을 두려워한다면, 역풍을 원망한다면 파스카를 이룰 수 없습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했던 분들도 부족한 점이 있었고, 허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그들이 맡겨진 일들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구원의 역사에 빛나는 별이 된 것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믿었고, 자신들의 허물과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하였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회개였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의 주제도 회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한 사람 아흔아홉도 좋아하시지만 회개하는 죄인 하나를 더욱 좋아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처럼 멸망할 것이다. 또 실로암에 있던 탑이 무너지면서 깔려 죽은 그 열여덟 사람, 너희는 그들이 예루살렘에 사는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큰 잘못을 하였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그렇게 멸망할 것이다.”

 

우리가 진실로 회개하면,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마음을 아시고, 우리를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어 주시는 분입니다. 오늘 제1 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그들을 이집트인들의 손에서 구하여, 그 땅에서 저 좋고 넓은 땅,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데리고 올라가려고 내려왔다.”

 

오늘의 제2 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을 하였습니다. “세상 종말에 다다른 우리에게 경고가 되라고 기록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서 있다고 생각하는 이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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